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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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항주(抗州)시내 교차로의 신호등

  • 2000-1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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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 관 부산정보대 지역개발연구소장, 교수

항주는 상해에서 180Km 떨어진 약 100만명의 인구를 갖는 절강성(浙江省)의 성도이며, 서호(西湖)를 비롯하여 육화탑, 영은사 등 명소가 많아 13세기경에 <마르코 폴로>가 이곳에 들려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경탄한 바 있었다.
어둑한 시점에 시내를 접어드니 퇴근시간과 맞물려 차량이 많아 지면서 속도를 내지 못함은 여느 도시에서나 다를바 없었다.
관광 버스속에서 본 항주의 거리는 중국의 어느 거리에서나 쉽게 목격할수 있는 장면이지만 자전거의 물결이 거리의 한켠을 밀고 가는데다 승용차 및 택시, 대형 버스(냉방시설 유·무에 따라 요금의 차이가 있음), 무궤도 버스, 이층 버스 등 대형차량들이 가세하여 무질서는 극에 달하였다.
특히, 눈에 뜨이는 것으로, 교차로의 신호등에 나란히 시간을 알리는 빨간 숫자판이 부착되어 있어 이채롭게 보였다.
직진로에는 62초에서 부터, 좌회전 신호에는 50초부터 신호가 바뀜에 따라 숫자는 한칸씩 줄어 든다. 좀더 자세하게 표현하면, 직진행 신호등 옆에는 62에서 61, 60, 59, …, 좌회전 신호등 옆에는 50에서 49, 48, 47… 으로 각각 숫자가 초(秒) 단위로 변하고 있었다.
교차로에 진입하는 운전자에게 직진하는데, 좌회전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음을 알려 주는 시간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교차로의 신호등 색깔이 언제쯤 바뀔것인지를 모르고 진입하다 보면 교차로의 중앙부분에서 신호등의 색깔이 바뀌면 당황하게 된다. 신호등의 황색은 적색과 마찬가지로 멈춤과 동일한 신호인데도 과감하게(?) 돌진하는 잘못된 운전 습관을 갖고 있는 운전자들이 필자를 비롯하여 많이 있음을 보았다.
특히,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가 신호를 무시하고 마구 질주하는데 있다. 작년 (1999년) 한 해동안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20%로서 무려 17,813건이나 발생하였다.
신호등(信號燈)은 도로의 약속(約束)이다.
이 약속의 작은 파기(破棄)에서 교통체증(滯症)은 말할 것 없고 물적 피해에서 귀중한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항주시내의 교차로 교통체계를 우리 북구에서 도입하여 시도한다면 OECD 가입국중 교통사고 최빈국(最頻國)의 오명(汚名)을 씻는데 일익을 담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