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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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불합리한 의료보험제도

  • 2001-09-27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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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 구포성심병원장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불과 12년 만인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시대가 시작되었다.
전국민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 농·어촌이나 사회소외계층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되었다는 것은 국민보건을 한단계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만 빠르게 급성장하다 보니 문제점 또한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낮은 의료보험수가에 대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왔다. 그 결과 의료보험에서 제공되는 보험의 혜택이 제한 되었을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수준에 있어서도 항상 국민들로부터 불만이 되어왔다.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보험료를 올리면서 보험 헤택도 넓히고 의료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켰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치적 논리와 물가인상 등의 이유로 시행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의료보험재정의 바닥을 드러나게 한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환자가 최고의 진료를 받을 권리와 의료인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즉 최소한의 지출로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진료만을 제공하라는 식이었다. 이로 인하여 국민건강보험의 지출과 정부의 재정지원 억제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 의료의 잘과 서비스는 하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의료보험이란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경제적 위험분산을 위한 일종의 사회보장제도이다. 그러나 잘못된 의료보험제도로 인하여 가벼운 질병에는 혜택을 받으면서도 큰 병에 걸렸을 때는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의 실정이다.
최근 몇 년 동안에 의료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의약품을 구입한 가격대로 청구하라는 의약품실거래가상환제와 강제로 시행된 의약분업 등 모두가 의료계가 감내하기 힘든 일들이다. 특히 의약분업만 시행하면 과잉처방을 방지하여 의료보험재정을 줄일 수 있다고 많은 정책가들이 이야기하였지만 막상 의약분업을 실시한 이후 지금은 오히려 역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의약품 오·남용을 막고 약제비가 줄어들고 보험재정에도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매월 약3,000억원이라는 의료보험비용 지출이 늘어났다고 한다. 현재의 재정파탄은 아무런 준비없이 임시방편으로 시행한 원인이기도 하다.
한 가정의 살림을 계획할 때도 많은 준비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을 하는데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납득하기 곤란하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좀 더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했을 것이다.
정부는 국민과 의료기관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현재의 불합리한 의료보험제도를 형평성과 효율성이 공존하는 제도가 되도록 고쳐 나가는 것이 필요할 때이다. 아울러 의료기관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의료서비스 개선을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의료기관이 되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