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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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독도 망언과 우리의 극일(克日)

  • 1996-03-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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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진 식 (부산전문대학 교수· 민속박물관장)

광복 50주년을 맞이하면서 3·1절로 시작되는 이달에는 일본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다시 정리하고 나아가 우리의 마음자세를 새롭게 가다듬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요즘 일본측의 독도 망언을 접하며 다시 한 번 분노와 통탄을 금할 수 없는 심정이 현재의 우리들일 것이다. 상대의 망언에 우리가 같은 망언으로 대처한다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좀더 고차원적인 대응은 우리가 완전히 극일(克日)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 그들을 극복하는 길뿐이다. 극일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그들이 왜 독도 망언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될 것이다. 망언의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임진왜란, 운양호사건 등과 맥을 같이하는 인접 지역에 대한 침략적 근성, 일제 식민지사관에 의한 식민통치의 정당화, 대동아공영권 이론으로 무장한 군국주의적인 국수주의자들의 세계 제패 망상, 섬나라 특유의 영토 확장에 대한 강한 집착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일본이 전후(戰後) 지금까지 과거사에 대해 인접국에게, 빌리브란트 전 서독 수상이 폴란드 국립묘지 앞에 무릎을 꿇었던 것과 같은 사죄를 못하는 원인은 한마디로 아직도 일본 제국주의가 배태시킨 극우 세력이 상당히 큰 힘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제식민지사관의 정체성이론, 즉 일본의 식민통치는 조선을 침략·지배한 것이 아니라 조선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억설을 신봉하면서 군국주의적 패권주의 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아직도 그러한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교과서 왜곡, 심화회(心話會)의 서울발언, 침략이란 용어 사용에 대한 일본의회에서의 논쟁 등으로 계속되면서 이번에는 독도망언으로 다시 표출된 것이다. 물론 근래 아키히토 일본왕과 호소카와 전총리 등의 과거사에 대한 사죄발언이 있었지만, 명분적이고 어쩔 수 없는 외교적 상황과 당리당략적인 면에서의 발언이지 진솔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우리들이 독도망언 같은 행위를 원천봉쇄하고 완연한 극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첫째로 우리가 정치적 민주화를 통해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룩하여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얼마 후 치러질 총선(總選)에서 소신있는 한 표를 행사하여 민주주의가 정착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전 국민이 경제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자신의 주위부터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해야 할 것이다. 각 부문에 사용되고 있는 용어에서 일본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구포왜성(龜浦倭城)' 같은 지명도 우리 고유의 명칭인 ‘의성(義城)'으로 개칭한다든지 하여 언어·제도·사회 습속 등 다양하게 우리 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일제 잔재를 과감하게 청산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셋째, 우리들은 잔학한 일제의 식민통치의 역사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일시적인 분노에 그치거나 과거사를 쉽게 망각한다면 또한번의 오욕스러운 전철을 밟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앞으로 이러한 점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일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사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북구지역에 대표적인 항일운동은 구포장날 독립만세운동이다. 북구청과 주민들이 모여서 독립만세운동에 대한 기념비를 세워 그날의 함성을 영원히 기억토록 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은 기념비만 건립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나아가 전 구민이 동참하여 그날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행사를 개발하여 단절 없이 계속되도록 발전시켜서 확고한 대일관을 재무장하도록 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국민이 정치·경제의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하며, 아울러 일제 식민통치에 대한 저항정신을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이 현재의 우리들이 일본을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요, 최선의 길이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