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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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으로 건강한 사회를…

  • 1997-03-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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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수 (국제신문 논설위원)

가장 이상적인 삶은 사람이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자연 파괴를 별로 주저하지 않았다. 잘 살기 위한 산업개발이 자연의 피폐를 불러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든 것이다.
천하의 보화도 건강을 잃은 사람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다. 자연이 병들면 사람도 함께 병들게 된다. 병든 사람에게 풍요로운 물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연생태계가 무너지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우리들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녹색 자연환경을 회복하고 보존하는 일이다.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가 심각한 상태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 사랑'의 구호를 외치는 사람은 많아도 그것을 생활화하여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행의 불일치가 우리의 현실이다.
필자는 자연 사랑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북구 구민 두 분을 그런점에서 아주 존경한다. 그들은 평범한 시민이지만 자연 사랑에는 특별한 시민이다. 구호를 앞세우는 단체활동도 아니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어서 더욱 감동적이다.
만덕동에 살고 있는 강신호씨(54세)는 십수년째 금정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거해 오고 있다. 그는 결코 환경미화원이 아니다. 아무런 대가 없는 그 일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뜻에 따라 묵묵히 실천해 오고 있다.
더구나 그는 환경오염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부산지역 언론에 알리고, 부산시에 매일 한건씩 엽서로 '환경고발'을 하는 열성을 보였다. 환경고발사진을 모아 노트에 붙이는 '환경사진일기'도 날마다 써오고 있다.
역시 만덕동에 살고 있는 백정길씨(40세)는 금정산에서 사라진 희귀종 붉은점모시나비를 되살리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
지난해 10월 북문일대에 알을 이식하여 애벌레로 정상 부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봄 금정산에서 붉은점 모시나비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은 동식물과 곤충 조류 등 모든 생물들이 사이좋게 함께 어울려 서식할 때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 되는 것이다. 금정산에 살던 동식물 하나라도 멸종이 되었다면 그것은 곧 생태계의 적신호가 된다. 사라진 나비를 되살려낸 것은 자연의 복원작업으로 그 의가 크다.
그가 개인적으로 이런 훌륭한 일을 해내기까지는 생업을 밀쳐두고 십수년을 전국을 헤매고 다니며 나비를 쫓아다닌 남다른 집념이 바탕이 되었다. 그는 학자가 아니지만, 나비 사랑으로 나비박사가 된 것이다.
금정산의 쓰레기를 치우는 강신호씨는 전기공사 일을 하고 있고, 금정산에 붉은점 모시나비를 되살린 백정길씨는 집진기 설비제조업을 하고 있다. 시간이 남아돌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사명감 하나로 힘든 일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철학자 니체는 '문앞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애국심의 첫걸음이다' 라고 하였다.
우리 시민들이 자연 사랑을 한가지라도 제대로 실천에 옮긴다면 건강한 사회 건설도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강신호, 백정길씨의 자연 사랑 정신이야말로 그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