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낚시도사의 필수품은 쓰레기 봉투

  • 1999-11-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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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는 비법이 무엇입니까. 도사님”
도사님 왈
“쓰레기 봉투 1장만 가져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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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낚시바늘을 제대로 맬 수 없는 왕초보인 내게도 기회는 왔다. 비슷한 초보끼리 주말을 택해 원정낚시를 가기로 계획한 것이다.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려가니 일상생활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새벽 5시 전남 고흥군의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가서야 목적지인 섬에 도착했다.
갯바위에는 어제부터 낚시를 하고 있다는 어르신이 있었고 초보인 우리는 혹시 방해가 될까 조용히 옆에서 낚시를 했다. 노래미, 망상어 등 우리 수준에 맞는 고기를 몇 마리 잡아 일행은 라면을 끓이고 소주를 꺼내 마시면서 어르신께도 한 잔 권했다.
인사를 나눈 뒤 어르신의 살림망을 본 우리는 놀랬다. 꿈에도 그리던 감생이(감성돔)가 그렇게 많이 있을 줄이야.
일행은 순간 어르신에서 도사님으로 바뀐 그분에게 존경과 부러움을 표시했다.
철수하기로 한 배가 오기 1시간 전쯤 도사님이 낚시도구를 정리하기에 “왜 벌써 일어나십니까?” 물어보니 주머니에서 시커먼 큰 봉투를 꺼내더니만 우리가 버린 라면봉지, 휴지, 담배꽁초 등을 주우셨고 배가 올 때까지 넓은 갯바위를 돌아다니셨다.
철수하면서 우리가 있던 자리를 돌아다보니 갯바위는 쓰레기 한점없이 청소되어 있었고 일행은 또다시 도사님께 존경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낚시가 목적인 나는 도사님께 귓속말로 고기잡는 비법을 물었고 도사님 왈 “쓰레기 봉투 1장만 가져가면 돼”라고 하셨다. 이후 나는 초보꾼 중에서도 제일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쓰레기 봉투를 3장이나 가지고 가서 철수 1시간 전에는 갯바위를 돌아 다녔으므로….
이재렬 금곡동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