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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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상은 평등으로, 다름은 포용으로!

  • 2022-08-30 16:45:15
  • 정영미
  • 조회수 : 719
오 경 은 /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원장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원장으로 취임한 후 종종 듣는 이야기 중에 “여성가족개발원이 있으면 남성가족개발원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라는 말이다. 지역갈등과 세대갈등을 넘어 젠더갈등을 나타내는 하나의 사례이고, 여성가족부가 여성만을 위한 정부 부처라는 오해에서 시작되는 생각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1년 여성부로 출발하여 여러 차례 부처 명칭이 바뀌면서 현재의 여성가족부가 되었고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다. 남녀차별 금지법과 호주제 폐지, 성별영향평가제도 도입이 대표적인 것이다. 남녀차별 금지법은 채용 및 근로조건에 있어 여성이기 때문에 생기는 혼인·임신·출산·육아 등으로부터 불합리한 차별을 할 수 없음과 성희롱을 금지하는 것을 명시하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던 호주제는 남성이 우선 호주가 될 수 있고 여성은 결혼 전에는 아버지, 결혼하면 남편, 남편 사망 시에는 아들이 호주가 되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제도였으나 폐지되었다. 성별영향평가제도는 법, 제도, 정책, 사업, 홍보물 등에 성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남녀에게 미칠 영향을 고르게 반영함으로써 어느 한 쪽 성에 치우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내용을 확인하여 균형감각 있게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 개정을 통해 그동안 불평등했던 여성권익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음은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여성가족부의 폐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얘기하면 올해 2022년 여성가족부 예산의 80%정도가 가족과 청소년 분야에 투입되고 있으며, 우리 여성가족개발원의 연구와 사업도 여성·가족·아동·청소년·출산·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성격차 지수(GGI: Gender Gap Index)라는 것이 있다. 성격차 지수란 정치·경제·교육·건강 분야의 남녀 격차 정도를 지표화하여 성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우리나라는 2022년 146개국 중 99위로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경제부분 성평등 순위에서는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90위, 유사한 업무의 남녀 임금평등은 98위, 연소득격차순위는 120위이다. 국회의원과 고위직·관리직 여성비율에서도 125위였다.
“양성평등은 이미 실현되었고 오히려 남성들이 불평등을 겪고 있다”라고도 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들을 통해 살펴보면 아직도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유리천장’으로 비유되는 성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안전과 폭력, 즉 가정폭력·성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디지털성범죄 등에서는 여성의 안전과 예방을 위한 더욱 많은 정책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라는 명칭 때문에 반복되는 오해와 갈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서 명칭을 변경하면서 그 역할과 기능을 더욱 강화할 부분은 강화하고 조정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나는 것과 개인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가 이제는 성평등에 대해 감수성을 가지고 이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성평등 문화가 많이 확산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성평등한 세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더 많은 소통과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더 많은 배려와 존중, 차이의 인정, 더 나아가서는 모두가 존엄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