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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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문화유산과 지역사 교육

  • 1997-07-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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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진 식 / 문학박사. 부산전문대교수, 민속박물관장

문화재에 대한 가치인식 지속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체계적인 교육이 지름길

정부가 올해를 『문화유산의 해』로 지정한 것은 아주 환영할 일이고 적절한 시책이라고 본다. 그 동안 세계화를 표명해 왔던 것에 구체적 실천 정책으로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다.
우리가 문화유산을 발굴, 보존해야 할 필요성은 먼저 현재의 세계정세가 군사대국과 경제대국의 시대를 거쳐서 앞으로 문화대국이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부응해야 할 연유에서 이다.
다음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경제우선정책으로 달려온 우리 사회는 경제발전을 위해선 문화유산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해도 좋다는 가치체계에 대전환을 가져 와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지방자치가 행정조직을 비롯한 제도적 개편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현시점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자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주변의 문화유산을 확인, 보존함으로써 자기 고장에 대한 애향심과 공동체 의식의 확대로 발전하여 지방자치제의 정착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에 대해 행정당국이나 교육계가 중심이 되어 구민 전체가 관심과 실행으로 옮겼을 때 가능하고 또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북구청에서는 문화유산에 대한 사업으로 관련 책자발간, 관내 문화유적 코스 개발과 답사실시, 유적지 발굴, 문화재 관련 강연회 개최 등 활발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책화에서 단지 올해의 중요사업으로만 한정하여 일시적이고 일과성적이어서는 안 될 것이고 행정 편의적인 실시는 더욱 금물이며, 좀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시책화가되어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의 노력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대한 일은 모든 사람이 지금까지의 문화재에 대한 가치인식을 지속시키고 발전시키는 체계적인 교육이 지름길이라 본다.
체계적인 교육의 초석이 되는 것은 지역사 교육이라 본다. 지역사는 자기에서부터 출발하여 현재 생활하고 있는 지역민의 오랜 옛날부터 공동으로 체험되어 온 기록이며, 이것은 지역을 가꾸고 아끼는데 가장 큰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 교육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이기 위해선 첫째, 기존의 초·중등과정에서 지역사에 대한 분야를 다루고, 고등학교에서는 전국사를 취급함이 학문적 연계성에 합당하리라 본다. 물론 교재는 지역의 문화재를 비롯한 현장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사 교육의 기본은 학습자로 하여금 생활속에서 각종 기록을 남기고 잘 보존하는 일을 습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꼭 유명한 인물, 커다란 사건에 관련된 기록만이 후세에 빛을 본다는 인식을 버리고 자기 자신부터 나아가 자기가 일하고 있는 직장과 가정,지역에 대해 생생하고 진솔된 기록을 남긴다면 우리들의 후손들은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조국을 발전시킬 것이 확신된다. 셋째, 지방사 교육을 위해선 관련 교육환경에 대한 관·민 모두가 다양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인구 30∼40만명이 살고 있는 지역에도 문화와 역사기록보존의 센타인 문화원 건물도 없는 곳이 있다함은 지금까지 교육환경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문화원을 비롯하여 박물관, 도서관 등을 많이 건립하고 기존에 설립운영되고 있는 것에도 좀 더 많은 투자가 되어야 한다. 넷째, 문화유산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일선 교육자를 비롯한 문화관련 종사원들의 철저한 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북구청에서 실시하는 『1일 문화유적답사』나 부산전문대학의 『민속박물관교실』 같은 것이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문화유산에 대해 관심과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단순히 계기만을 맞이하고 꾸준히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마음자세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우리 고장을 아끼는 애향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종수정일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