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여름탈출 - 애기소의 전설 깃든 화명 대천천

  • 1997-07-25 00:00:00
  • admin
  • 조회수 : 1125


- 우리고장 명소에서 향토숨결 느껴보자


7월!
앞만보고 걷는다.
장마비에 씻겨 눈부시다 못해
잘 손질된 칼날과 햇빛이
서로 만난 순간을 연출하듯
밝고 맑은 햇발이 머리위로
내리 꽂히고 있다.
땀이 구슬을 만들어 내며
가슴사이로 돌돌 굴러내리지만
『덥다』는 표현보다
『싱그럽다』는 말로 대신해 본다.
일상의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연을 호흡하며,
팔랑대는 신록, 넘실대는
바람을 만나러 가자.
무작정 피서행렬을 따라
나섰다간 교통체증과 인산인해로
모처럼의 여행이 지침과 피곤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올여름 사냥은
우리고장 북구의 명소를 찾아
낭만으로 가족간, 친구간의
친밀함을 돋우는 여유로운 시간을 마련, 단순히 즐기자가 아닌
자녀들에겐 자연과 환경을
경험하며 우리고장을 아는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자 떠나자!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다.
향토의 숨결을 느껴보자.



● 애기소의 전설 깃든 화명 대천천

화명동 32번 버스종점에서 산성쪽으로 10여분 가다보면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화명 대천천 계곡입구. 산내음과 매미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계곡에 들어서면 시원한 물줄기가 한여름의 무더위를 씻어 준다. 금정산 산성에서 시작된 계류는 북쪽으로 향해 흐르다가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화명동의 대천부락을 적시고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약 3.5Km의 대천천을 이룬다. 자연 숲에 둘러쌓여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과 수려한 경치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대천천 중류에는 옛날 젊은 아낙네가 애기를 데리고 왔다가 주위의 수려한 경관에 심취되어 애기가 물에 빠져 죽는 것도 몰랐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올 만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애기소가 있다. 애기가 빠진 곳이라하여 『애기소(沼)』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웅덩이는 넓이가 150여평, 폭포의 높이 4m, 물의 길이가 어른 키의 세길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1959년 사라호 태풍과 1969년 9.14 폭우때 물의 범람으로 파괴되어 현재는 옛 위용을 잃은 채 흔적만이 남아있다.
또한 계곡 주변에는 다양한 수목과 곤충이 서식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인근의 주말농장과 계곡 상류의 서문이 옛 모습대로 잘 복원되어 있어 방학을 이용한 청소년들의 자연학습장으로도 꽤 인기가 높다. 많을 때는 3천여명의 인파가 계곡을 가득메우기도 하는데 지금은 장마비로 계곡의 물이 불어나 어린이의 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 상계봉과 파리봉을 잇는 환상의 등산코스

그리고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겨우내 입산통제로 막혔던 환상의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
만덕터널 입구 만덕초소에서 시작해 병풍암을 거쳐 상계봉을 지나 파리봉에 올라 되돌아 하산하게 되는데 산행시간은 약 3시간 30분이 걸린다.
(110),(111)번 버스를 타고 만덕터널 입구에서 하차, 육교 위에 있는 초소에서 좌측으로 10분 가량 걸으면 만덕고개길의 터널 숲과 만나게되고 여기서 200m 앞에 향토순례코스 표지판을 보고 왼쪽 길로 10분쯤 걷다보면 유명한 사찰인 석불사가 나온다. 병풍처럼 둘러쌓인 바위에 불상을 조각한 병풍암은 절전체가 바위숲에 둘러쌓여 그 위용을 자랑한다. 또한 암반에서 솟아나는 약수가 있어 찾는 이들의 가슴 속을 시원히 적셔준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좌측으로 돌아나가면 상계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으로 올라가게되는데 상계봉까지는 약 50여분이 소요되며 이 구간이 좀 힘들다. 그러나 진한 나무냄새와 새소리에 매혹되어 15분쯤 오르면 좌측방향으로 상계봉이 보인다. 해발 638m의 상계봉은 학의 모습을 하였다하여 상학봉, 새벽이 빨리온다는데서 ‘닭계(鷄)’자를 붙인 상계봉이라고 칭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콩등바위, 베틀굴, 영감바위, 할멈바위 등 여러바위는 가지가지의 전설을 안고 있어 보면 볼수록 운치를 더해 준다. 이곳에 오르면 북구는 물론 김해평야와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전망으로 속내까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기기묘묘 바위와 곱게 뻗어내린 산세,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취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속세를 잊어버린다. 일단 이곳을 뒤로하고 다시 20분쯤 걷게 되면 파리봉에 오를 수 있다. 파리봉의 이름에 대해서는 설이 많은데 사방에서 바라보는 봉우리의 모습이 제각기 다르다고 해 팔이봉(八異峰)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불교의 7보중의 하나인 파리(渾璃)를 말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 산성이 연결된 이 봉우리에 망루가 있어 별장이 군대를 파견했던 곳이다. 파류봉(派留峰)이라는 이름이 기록에 나와 있다.
아무튼 파리봉은 상계봉과 같이 날카로운 직벽과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져 금정산중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상계봉과는 달리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는 않지만 봉우리에서 탁 트인 사방의 조망은 각별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 하산은 파리봉에서 잠시 되돌아 나와 산성마을쪽으로 가든지 만덕방향으로 다시 내려올 수 있는데 상계봉을 거쳐 만덕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만덕방향의 하산길은 오를 때와는 또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태고의 냄새를 풍기는 고사목과 수줍은 듯 피어있는 야생화를 보노라면 꿩의 날개짓에 놀라기도 한다. 어느새 먼발치엔 낙동강이 굽이치고 운좋으면 뭉게구름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석불사를 지나 내려오면 40여가구의 만덕동 불고지단지가 있어 산행으로 출출해진 배를 채울 수 있어 좋다. 시장이 반찬이라 막걸리로 목을 적신 후 이 지역의 별미(닭, 오리, 염소 등)를 맛볼 수 있다. 맛에 취하다보면 어느새 저녁 무렵, 석불사에서 울려퍼지며 은은한 종소리는 하루의 피로를 말끔이 씻어준다.

최종수정일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