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의/원/기/고

  • 1998-03-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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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의 뿌리를 찾아서
이 종 택(구포3동)

구포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동네가 구포3동이다.
구포3동은 옛날 시랑골이라 하였다. 지금은 옛날의 깊은 산골짜기가 변하여 큰 동네를 이루었고 부산전문대학, 성도고등학교, 포천초등학교 등 학교시설도 들어섰으니 어린 시절 이 고장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옛날의 모습을 이야기하면 ‘전설따라 삼천리’의 소재가 충분히 되고도 남을 것이다.
필자가 구포초등학교에 다니던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곳 구포3동은 구포청소년들의 자연 학습장이었다고나 할까?
그때만해도 시랑골은 여름만되면 대리천 물이 흘러내리는 곳에 있었던 멋진 폭포수와 웅덩이를 찾아 뻔질나게 오르내렸던 피서지였다.
금수사(金水寺) 절이 있는 골짜기 쪽에서 대리천 도랑물이 흘러내렸는데 물길따라 내려가면 재실이 있는 곳의 언덕 밑에는 2단짜리 폭포가 있었고 그 바로 아래쪽에 정새미 폭포가 있었다. 이곳 폭포의 웅덩이가 넓고 깊어서 여름이면 멱을 감으러 제일 많이 찾아 온 곳이다.
정새미 웅덩이가 있던 곳은 현재의 벽산아파트 자리쯤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 또 하나의 작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그곳은 참새미라고 불렀다. 참새미는 현재 포천초등학교 뒤쪽이 될 것 같다.
이곳 정새미와 참새미 웅덩이가 있는 곳은 구포초등학교에서 약 1㎞의 거리인데 더운 여름엔 논둑길을 지나 산길을 따라 땀을 흘리면서 그 먼길을 물속에 첨벙 뛰어들어 놀고 싶어 무던히도 오르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의 대진아파트 위쪽에 저수지가 있었다. 이곳 저수지를 우리들은 그냥 연못이라고 했는데 이곳에도 여름철 멱을 감으러 다녔다. 그러나 이곳은 물이 깊어 익사사고가 나기도 했다. 구포초등학교에 가면 이춘길 선생 순직비가 있는데 1964년 연못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가 순직하신 선생님의 거룩한 뜻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시랑골에는 골짜기 입구에 소당폭포가 있다.
지금도 대진아파트 앞 다리 아래쪽에 암반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데 폭포가 떨어지는 곳의 웅덩이도 구포의 청소년들이 여름철 자주 찾아들던 곳이다.
이처럼 시랑골은 대리천 도랑물이 흘러내리면서 이루어놓은 폭포수와 웅덩이가 있어 구포에서 자라난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골짜기인 것이다.
지금은 대리천 계곡의 모습이 콩크리트에 덮여 버리고 그 위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마다 차량들이 오고가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세상이 변해도 엄청나게 변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옛날 이 산골짜기에 집이라고는 10여채 밖에 없었는데 구포3동이라는 큰 동네가 생겼으니 더 무슨 말로서 표현할 길이 있겠는가!
새롭게 조성된 구포3동 주민들은 옛날 맑고 깨끗한 물길이 흐르던 시랑골을 맑고 깨끗한 고장으로 만들기에 향토의 뿌리찾기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