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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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명칭변경 관련 스토리 공모 우수작

  • 2020-04-28 13:49:54
  • 문화체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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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주민으로 시작한 제2의 삶

김윤희 / 만덕동

 

그렇게 먼 데서 어떻게 출퇴근해요?”

태어나서 금정구에서 38년을 산 내가 최근 제일 많이 들어본 말이다. 동래구, 금정구를 기반으로 생활해 온 내게 신혼집이 있는 북구는 아직 낯선 동네여서 친구 만남 등 모든 게 동래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인들에게도 북구에서 동래구로 나온다는 건 울산이나 대구에서 부산으로 오는 거리쯤으로 느껴지는가 보다. 특히 북구와 동래구를 잇는 만덕터널이라는 통로가 그들에게는 단지 교통 정체구간일 뿐인 것 같다.

신랑의 직장 때문에 3년 전 북구에 신혼집을 마련한 후 동래구로 출퇴근을 하면서 차가 거의 막혀본 적이 없다. ·퇴근 시간대 교통흐름이 정반대여서 다행히 교통 우위를 점했다고나 할까? 남편은 녹산 쪽으로 출근하여 동래구에 있을 때보다 출근시간을 30분가량 단축시켰기에 북구에 산다는 건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있지도 않은 걱정을 대신 해주는 걸까?

며칠 전 정수기 관리해주시는 분이 집에 방문했다. 주변에 식사하기 좋은 곳을 아냐는 물음에 동래구나 금정구 주변에 오래 살아서 북구에는 아는 곳이 없다고 했다. 그 말에 화들짝 놀라시면서 왜 북구에 이사를 왔느냐고 물었다. 본인은 북구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애를 써왔다면서 만덕터널 밖으로 벗어나는 게 꿈이에요!”라는 것이다. 태어나서 40년 이상 산 곳을 떠나고 싶다는 말이 과연 적절한 걸까? 물론 애향심(?)을 갖지 못한 사람을 탓하는 게 맞는 일도 아닌 것 같다.

파랑새를 찾아 떠난 가난한 나무꾼의 자녀들이 기나긴 꿈속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결국 파랑새는 바로 자신의 새장 안에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한 게 한낱 동화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전 어느 광역시에 가을 여행을 다녀와서 정말 부산만큼 볼거리가 많고 문화와 예술, 그리고 편의 공간을 갖춘 광역시가 없구나 싶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 서울특별시만 동경하고 이게 무슨 제2의 도시인가푸념 하던 내게 다른 도시의 방문은 부산-부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은 소중한 줄 모른다. 떨어져 있어 보면 다시 그리워지고 내가 갖고 있던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내가 만난 정수기 관리자는 40년을 오로지 북구에서만 살아서 북구의 진면목을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닐까.

비록 3년차 북구주민이지만 이쯤에서 북구의 장점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북구는요, 백양산이 사시사철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고요,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어귀에는 꽃들이 향연을 펼치는 화명수목원과 아이들이 놀기 좋은 대천천이 있죠. 삶의 현장 구포시장, 전시와 공연을 가벼운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도 있어요. 그 바로 밑에는 법무부 소속의 솔로몬 로파크가 있는데 제가 제일 놀란 부분입니다. 그 곳에서 어린이들이 투표과정과 다양한 법체험을 할 수 있죠. 모의법정과 정의의 여신도 볼 수 있고요. 이런 건 정말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보물입니다. 드넓은 화명생태공원도 빼놓을 수 없어요.”

말하자면 끝이 없는 북구의 매력을 다른 구민들 알아주기를 바라기 전에, 2의 삶을 북구에서 시작한 내가 먼저 소중함을 알리도록 노력해야겠다.

 

꽃이 되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임주영 / 북구청 근무

 

부산 북구에서 근무하고 또 살고 있는 나는 구 명칭을 변경해보자는 시책을 접했을 때 교통행정과에 근무하셨던 과장님이 들려주신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내용은 이랬다.

여보세요? 거기 북구청이지예? 거기 갈려면 버스 몇 번 타고 가야 됩니꺼?”

. 북구청 교통행정과 맞습니다. 어디에서 오시는지요?”

양정동이요.”

, 양정동에서 오시려면 ○○○ 정류소에서 ○○○ 번 버스를 타고 오시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버스로 북구청에 오시겠다던 어르신은 다시 전화를 해서 노발대발 화를 냈다.

○○○에서 ○○○ 번 버스를 타면 된다면서요! 그런데 버스가 이상한 데로만 가고 북구청은 나오지도 않는구만. 노인네 고생을 시켜도 유분수지!”

전화를 받은 직원이 깜짝 놀라서 어찌된 사연인지 자세히 알아보았더니, 그 어르신은 울산 북구 양정동에 거주하시고 울산 북구청을 가기위해 전화로 문의했던 것이었다.

어르신은 어찌된 셈인지 부산 북구청으로 전화를 잘못 걸었고 담당자 역시 울산 북구청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안내를 했던 것이었다. 그 어르신의 분노 섞인 항의에 담당자는 꽤나 억울했을 듯싶다.

인터넷 검색창에 북구청을 쳐보니 대구, 광주, 울산, 부산의 북구청들이 잇따라 뜬다. 문득 북구는 왜 북구인 것일까?’ 궁금해졌다.

엄밀히 말해 북구는 부산의 북쪽도 아닐뿐더러 일제의 잔재인 방위 명칭일 뿐이지 않은가? 왜 북구는 이 지역만의 매력을 나타내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을까?

북구는 1978년 부산진구에서 행정구역이 분리될 때 부산시청의 북쪽에 있다고 북구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이처럼 행정편의에 의해 북구라는 이름을 부여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북구는 왠지 낙후되고 변방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구는 30만 인구가 거주하는 명실공히 서부산의 중심이다. 조선시대부터 감동진이라 불린 구포나루, 고려시대 절터인 만덕사지, 낙조가 아름다운 화명생태공원 등 고유의 역사성과 지리적 특성도 지니고 있다.

이런 북구의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명칭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름만 바꾼다고 도시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지만, 이름이 바뀌면 이미지가 바뀌고 브랜드가 바뀐다. ‘부산 북구부산을 쓰지 않아도 한눈에 드러나는 고유성을 지닌 구 명칭을 갖는다면, 그 이름에서 비롯된 나비효과로 도시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도시브랜드를 높여 결국은 도시가 바뀔 수 있다.

구태의연하게 지속되어온 방위 명칭에서 벗어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북구의 빛깔과 향기에 걸맞은 이름을 불러준다면 북구는 문화의 꽃, 관광의 꽃, 도시 활력의 꽃을 그 어느 지역보다 풍성하게 피워내지 않을까.

구민들의 마음속에 꽃이 되는 새로운 이름의 새로운 북구를 기대해본다.

최종수정일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