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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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역공동체 문화 공간 동네서점

  • 2022-12-07 17:44:45
  • 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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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희 / 희망북구 편집위원, 국어 독서논술강사
 
어릴 적에 단골로 드나들던 ‘동네 책방’이 있었다. 걸어서 동네 책방에 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때는 잘 몰랐다. 그러나 참고서나 유명 서적들을 판매하는 획일화된 운영방식을 갖고 있던 동네서점은 대형서점의 축소판 형태였다. 대형서점에 비해 구비된 책 종류가 많지 않은 만큼 점차 경쟁에 밀렸다. 게다가 독서 인구 감소, 온라인 책 구매가 늘어나면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동네 책방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책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이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서면 약간의 떨림과 함께 더할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방 없는 동네가 삭막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 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그 빈자리에 지역마다 다양한 동네 책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먼 거리에서도 서점을 찾을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독서 마니아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독립 출판물이나 해외 그림책 등 시중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책들을 책방지기가 직접 큐레이션하고 판매하여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다시 ‘동네 서점’의 전성기가 오는 것일까?
시간 날 때마다 작은 동네 책방 투어를 나선다. 책방주인의 고민과 생각 끝에 분류되고 전시되었을 책들을 만나면 울컥하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동시에 이 책방은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동네 책방에 미래는 있을까? 이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서 책방지기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책 팔아서 먹고 살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렇지만 숫자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어려움을 견뎌내고 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 하는 책방지기들의 셈법은 우리의 셈법과는 완전히 달랐다.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일은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었다.
부산에도 개성과 독특한 분위기와 큐레이션이 남다른 동네책방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앙동의 ‘주책공사’는 서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굿즈를 내거나 특별한 포장 방식을 하는 등 특색 있는 마케팅을 더해 동네의 ‘문화 기지’ 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대 앞 ‘예쁜 책방 헤이즐’은 아트북, 팝업북 전문 서점으로 책방지기들이 좋아하는 예쁜책들과 굿즈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책방을 열었다. 망리단길, 영도 흰여울 마을, 온천천 등 곳곳에 지역특성을 살린 작은 책방들을 만날 수 있다. 북구 화명동에는 동네책방 ‘무사이’가 있다. 그리스어로 ‘생각을 불러일으키다’를 뜻하는 ‘무사이’는 동네책방, 독립영화 상영과 작은 음악회가 결합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무사이 책방지기는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온전하게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책을 큐레이션하고 판매한다고 한다. 그리고 ‘부산 국제미디어 페스티발’과 ‘부산 독립영화제’ 작품들을 상영하고 있다. 수능시험을 치룬 수험생들이 동네책방 ‘무사이’에서 지친 마음들을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지역 특성을 살린 작고 예쁜 책방들이 점점 생겨나고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책들이 오밀조밀 놓인 아늑한 공간의 동네 서점은 참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많은 독립서점들은 단순한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다. 동네 책방은 지역 공동체문화가 싹트는 곳인데 그저 사진 찍기에 좋은, 멋지고 예쁜 관광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동네 책방이 겪고 있는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마을과 도시에서 동네 책방들이 살아남으려면 완전 도서정가제가 이루어져야한다.
지금과 같이 현금으로 10퍼센트를 싸게 해주는 도서정가제는 동네 책방을 힘들게 한다. 특히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전자책방 이용은 세배가 늘었다고 한다. 전자책방은 10퍼센트 싸게 주고 5퍼센트를 적립하면서 택배비도 받지 않는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나조차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했다. 구매를 하려는 순간에도 온라인 서점의 할인 혜택과 적립을 떠올리며 부끄럽게도 망설인 적도 있다. 이러니 동네책방은 큰 책방이나 전자 책방과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온라인 서점보다는 직접 동네 서점을 방문하여 책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것이다. 할인 혜택이 크지 않아도, 직접 방문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더라도 말이다.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갖는 문화공공재다. 북구에 다채롭고 구포나루의 지역적 특성이 넘치는 ‘동네 책방’이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 해본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