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더불어사는 삶 - 구포3동 태경아파트 부녀회

  • 1998-11-25 00:00:00
  • admin
  • 조회수 : 894


“그럴수록 우리라도 잘해야죠"


각박하고 고단한 도시생활. 게다가 그것이 세대마다 단절된 아파트 생활이라면 사람들은 으레 ‘삭막함'이란 단어를 연상한다. 그러나 너무도 자연스런 이 연상작용은 적어도 구포3동 태경아파트 주민들에겐 참이 아니다.
IMF 경기침체 속에서도 ‘더불어 사는 삶의 귀감이 되고 있는 태경아파트 주민들, 그 선봉에 아파트 부녀회(회장 이영옥 37)가 있다.
한아파트에 211세대가 모여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청소문제, 아파트내의 공간 확보 문제 등으로 주민들 사이에 마찰과 갈등이 생길수도 있는 일. 따라서 입주 초창기 태경아파트 부녀회가 처음 주도한 일은 이웃간 벽을 허무는 시도였다. 입주 다음 해인 93년부터 매년 주민친선도모 체육대회를 개최, 화목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도모하였고 주위의 노인들을 모시고 1일 경로잔치를 해마다 열어 이웃간의 훈훈한 정을 나누기도 하였다. 이렇게 쌓인 주민들의 돈독한 정으로 태경아파트 부녀회는 더욱 뜻있고 보람된 일을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수 있었다.
폐지와 재활용품을 수거 판매한 기금을 모아 장선 복지회관에 결식아동돕기 후원금을 전달한 일이라든가 경로잔치 후원금 전달, 아파트 주변 조경사업등 크고 작은 선행과 자원봉사활동은 일일이 열거할수 없을 정도다.
태경아파트 부녀회의 선행과 봉사활동은 안팎으로 널리 알려져 97년 12월 ‘아파트 한가족 운동’ 평가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역시 같은 해 12월에는 ‘생활쓰레기 줄이기 및 자원 재활용’의 공로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이 때 받은 상금과 아파트 주민의 후원금을 모아 지리산 청학동에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예절교육을 실시했던 것은 부녀회원들이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간직하는 일이다. 최근에는 부녀회의 자원봉사활동이 구청의 인정을 받아 부녀회장인 이영옥씨가 자원봉사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쓰레기 분리수거와 자원재활용은 태경아파트 부녀회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그동안 지속적인 주민홍보와 관리에 힘써 분리수거에 관한한 관내에서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이런 평가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홍보가 덜된 분리수거 시행초기, “이게 왜 재활용이 안되는냐”고 고함을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앉아서 하는 일이 뭐냐”며 부녀회원들을 질책하던 주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부녀회에서는 한편으로 지속적인 주민홍보에 힘썼고 다른 한편으론 장순옥(전 부녀회장 39)씨를 비롯한 부녀회원들이 음식쓰레기속에 든 이물질(이쑤시개, 담배꽁초 등)을 일일이 집게로 분리하는 솔선수범을 보임으로써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일단 재활용 마크가 찍힌 쓰레기는 모두 수거해 갔으면 좋겠어요." 부녀회 총무 양경자(38)씨는 이것만은 꼭 구청에 이야기하고 싶다며 기자를 향해 웃는다.
음식쓰레기 이야기가 나오자 빼놀 수 없다는 듯 이영옥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 아파트에서 정성껏 건조시킨 음식물쓰레기가 물이 뚝뚝 흐르는 다른 쓰레기와 섞여서 실려가는 걸 보면 가슴이 참 아파요. 우리 아파트만 잘하면 무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라도 잘해야지 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요" / 정윤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