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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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품 사용규제 확대 시행 그 이후

  • 1999-03-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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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

10평이상의 매장에서는 1회용 봉투나 쇼핑백의 무상 제공 금지, 모든 음식점에서는 1회용 컵, 접시, 나무젓가락 사용 금지, 목욕탕과 숙박업소는 1회용 면도기, 칫솔, 치약, 샴푸, 린스 사용 금지
매장규모 30여평인 구포3동 D유통. 라면 몇개와 담배 한갑을 계산대에 올리고 나니 점원의 표정이 이상하다. 비닐봉투에 담아줄 생각은 않고 쭈뼛쭈뼛 손님의 눈치를 본다.
아하, 그제서야 손님은 알아채고 라면과 담배를 손에 들고 매장을 나선다. 그러자 안도감마저 느껴지는 점원의 목소리, ‘손님, 죄송해요. 담아드리기 싫은 게 아니라 1회용품 사용규제 때문에…’
지난달 22일 1회용품 사용금지가 대폭 확대된 이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실 이러한 1회용품 사용규제는 고객과 점원 모두에게 익숙치 않는 일로 시행 한달이 지난 현재까도 쉽사리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동네사람들을 주고객으로 삼아야 하는 소형매장에서는 1회용품 사용금지를 이유로 뻔히 아는 손님에게 박하게 굴 수가 없는 실정이다.
대형매장인 화명동 L마트의 경우는 다소 양호하다. L마트에서는 장바구니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고객에게 소액의 보증금(1,000원)을 받고 장바구니를 대여하고 있다. 물론 장바구니를 되돌려 주면 보증금은 환불된다.
그러나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고객은 아직까지는 소수에 불과하다. 하루 고객이 2천 5백명 정도라는 이 매장에서 장바구니 대여자는 10~15명 수준이라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다수의 고객들은 불편함을 이유로 한 개에 10원, 20원씩 하는 비닐봉투를 사용한다. 비닐봉투 판매가격이 400원, 800원인 독일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너무 형식적인 가격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몇몇 대형매장에서는 장바구니 사용고객에게 포인트를 주고 일정 포인트를 적립하면 사은품을 증정하기도 한다.
1회용품 사용금지 대폭 확대의 배경이 된 관계법령의 정확한 명칭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99년 2월 22일 공포 시행된 이 규칙에 따라 10평이상의 매장에서는 1회용 봉투나 쇼핑백의 무상 제공이 억제된다.
아울러 모든 음식점에서는 1회용 컵, 접시, 나무젓가락이 사용 금지되며, 목욕탕과 숙박업소에서는 1회용 면도기, 칫솔, 치약, 샴푸, 린스의 사용이 금지된다. 밀봉포장을 하여 장기유통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식품관련업계의 1회용 합성수지 도시락의 사용도 규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행이 미진한 것은 역시 1회용 비닐봉투 사용 억제이다.
따라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시민 운동협의회’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장바구니 보급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환경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감안해 볼 때 장바구니 사용 정착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래도 매스컴의 영향때문인지 많이 좋아지는 추셉니다. 일이십원 짜리 비닐봉투 팔아 장사하려고 하느냐고 불평하시는 손님도 있었지만, 한번에 장바구니를 두개나 대여해 가는 적극적인 손님도 계셨으니까요.” L마트 장학재 부점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정력이 일시에 모든 대상업소에 미칠 수는 없는 만큼 자발적인 실천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 시행 초기 적잖은 혼란을 불러 일으켰던 쓰레기 종량제의 경우를 생각해 볼 때 ‘1회용품 사용규제’도 멀지않은 장래에 정착되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정윤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