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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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 박영희

  • 1999-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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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신문 명예기자(만덕3동)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보며

어느덧 청년이 된 모습이 하루 아침에 변한 것이 아님에도 놀랍기 그지없구나. 우렁찬 첫 울음소리로 이 세상에 신고했을 때에 할아버지, 할머니 등 전 가족에게 특별한 기쁨이었단다. 첫 손자에게 온갖 사랑을 몸으로 표현하시는 할머니. 강보에 쌓여있던 재현이를 꼭 품에 안으시던 모습이며 첫 돌때에 동네 꼬마들에게 과자와 사탕을 나누어 주시며 첫 손자를 위해 기도하시던 모습은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되는구나.
코 흘리며 뛰어 놀때면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머리카락이 축축하여 비를 흠뻑 맞은 모습이었다. 일그러진 얼굴만 보아도 무엇이 불편하지, 무엇이 필요한지 아주 정확하게 알 수가 있었단다. 말이 아니더라도 느낌으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뽀뽀인사가 줄어지고 사다주는 옷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하더구나. TV에 나오는 젊은 가수들의 옷 맵시와 비슷해지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춤을 무척 좋아하더구나.
관심을 가지고 좋아해 보려고 그래서 너희들처럼 느껴 보려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너희들의 몫이었다. 엄마가 지금의 재현이 나이쯤으로 기억된다. 통키타의 반주속에 불려지는 노래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단다. 우리들이 즐겨 듣고있던 노래를 들으신 외할아버지의 말씀이, “노랫말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 도대체 흥겹지가 않아!.” 어른이 된 지금의 마음을 어쩜 그렇게 읽어 내실 줄 짐작이나 했겠니.
너희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고 너희들이 느끼는 것을 함께 할 수 없음이 확실하다. 젖 물리어 안고 있을 때에는 언제까지 내 품안에 있으리라 여기었지. 시간이 흐른다 함은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신세대라 함은 어떤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집단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앞서 지나가는 세대에 대한 새로운 특성으로 자리 잡아가는 새로운 세대라 한다면 우리 앞에 놓여있는 이 벽은 높지도 그다지 특별한 것도 아닌 아주 자연스런 변화의 일부분이 아니겠니?
추운 겨울이 지나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겠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것은 축복이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고 그 속의 진리를 깨달아 자기 것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것도 기억하자.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지 말고 그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푸르름을 느껴보자.
21세기의 주역이 될 재현아!
고등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자식이라 정말 사랑스럽다.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머물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진심으로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마.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