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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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그래도 봄은 오고 있습니다(2020년 3월)

  • 2020-03-30 12:31:16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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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희 / 희망북구 편집위원·국어논술강사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일제 강점기 이상화 시인이 봄이 온 대구의 푸른 들을 보고 노래한 저항시다. 봄이면 능금꽃 피고 지던 대구는 코로나19로 침묵의 봄을 맞이했다. 늘 시끌벅적하던 도심에서도, 서문시장에서도 사람이 사라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를 나누던 이웃들도 마스크를 한 채 얼굴을 돌린다. 가급적 대면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활동 의지를 상실하는 집단적 무력감에 빠지는 듯했다.

세상 풍경이 너무도 낯설다. 오스카의 기적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싸인 것도 잠시, 31번 확진자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세계 140여 개 국에서 한국인 입·출국을 거부하는 바이러스의 나라로 추락했다.

그 누구도 코로나19를 잘 알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위험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에 사람은 더 공포를 느낀다. 병실과 의료진이 확진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대구는 우왕좌왕했다. 온 나라는 불안과 공포로 패닉 상태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대구는 지금 의료진이 부족하다. 의료진들이여 대구로 와 달라는 대구 의사회 회장의 호소문 한 장으로 전국의 의료진, 방역 단체, 자원봉사자들은 생업과 개인의 안전을 뒤로 한 채 한달음으로 달려갔다. 초유의 재난상황을 맞이한 대구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그야말로 민관 의료진 할 것 없이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다.

이상화 시인이 보리밭을 보고 노래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위기에 더욱 강인해지는 불굴의 DNA는 봄이 오지 않을 것 같던 대구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마스크 양보 운동’, ‘시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의료진들에게 도시락과 간식을 전달 한 시장 상인들’, 힘내라고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은 훌륭했다. 추적 검진, 격리치료,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 유지, 예방 수칙 철저히 지키기, 진단부터 치료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시스템, 뛰어난 진단 기술, 높은 수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 드라이브스루 선별 진료소 등 발 빠른 대응으로 서서히 사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는 지구촌 전역으로 걷잡을 수없이 번지고 있다. 팬데믹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지역 감염, 소규모 단체 감염, 작지만 위험한 공간의 방역 대책도 늦추면 안 된다. 그리고 유럽의 역유입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19 감염병 유행에서 기억해야 할 교훈이 있다.

첫째. 환경 단체나 과학자들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의료 분야 이상으로 기후환경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수 공통 감염병(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병)은 환경파괴가 불러왔다는 것이다. 생태계 파괴 행위를 근절하지 않는 이상 전염병은 또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둘째. 대구·경북에서 감염병이 장기화되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우리나라 보건 의료 공공성이 부족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공중보건 의료 비율은 5·8%(224)OECD 평균 51·8%에 크게 못 미친다. 공공 병원을 늘리고, 공공의료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셋째 감염병이 취약 계층에 더 치명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연구·개발 투자로 치료제를 개발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우리는 지치고, 두렵고, 상처받았다. 아직 백신은커녕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최선의 방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장기화되면서 받는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도 크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서로 소통하고 위안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소소한 일상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또한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공공 가치에 기반을 둔 제도와 시민의식의 으로 우리는 극복해 낼 것이다.

그래도 서서히 봄은 오고 있으니까.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