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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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간으로 인해서 파괴되었지만 그래도 희망은 인간(2021년 6월)

  • 2021-07-06 21:46:08
  • 정영미
  • 조회수 : 1057
임규영 / 한국환경공단 부산울산경남본부장

 
코로나19 이후 인간의 경제, 사회활동이 축소됨에 따라 자연환경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작년 3월 인도 벵갈루루의 이산화질 수치가 5년 전보다 35% 떨어졌다고 전했으며, 지난 4월 북부지역의 잘란다르에서는 약 200km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의 눈 덮인 정상이 30년 만에 육안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환경부 역시 2020년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년 대비 17% 감소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해야 할 환경문제도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사람들의 생활 반경이 좁아져 사람들의 활동이 집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다회용품 사용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됨에 따라 일회용품,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량이 급증한 것입니다.
‘63빌딩 1,400개 높이, 하루 약 45만 톤, 연간 1억 6천만 톤, 폐기물 처리 비용 연간 15조 이상.’ 비대면 소비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요즘, 우리가 무심코 버린 일회용품, 플라스틱들이 어마어마한 숫자들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소각, 매립, 재활용으로 처리되는데, 플라스틱 쓰레기를 태울 경우 다이옥신이라는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합니다. 매립을 하자니 우리나라 쓰레기 매립지는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대표적인 님비(NIMBY) 시설로 신설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재활용 의무대상인 포장재에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를 운영하고, 식품용으로 사용된 투명 페트병으로 다시 식품용기를 만드는 등 플라스틱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부터 음료·생수병에만 적용되고 있는 투명페트병 사용 의무화를 다른 페트 사용 제품까지 확대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는 협회와 음식배달 플라스틱 용기 무게를 20% 감축하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있거나, 플라스틱의 분리배출이 미흡할 경우 재활용률은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 재활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들의 엄격한 눈, 부지런한 손과 발이 필요합니다.
우선, 플라스틱에 엄격한 눈이 필요합니다.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매할 때 플라스틱 포장재가 아닌 제품을 사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제품의 포장재를 찬찬히 훑어보세요. 플라스틱 재질을 표시한 분리배출 표시 아래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으로 표기된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건을 구매하고 사용한 후 버려지는 과정도 꼼꼼히 살필 줄 아는 엄격하고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부지런한 손과 발이 필요합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간편함 대신 환경과 자원을 생각하며 일회용 용기 사용 대신 다회용 용기에 직접 포장 음식을 담아오기, 테이크아웃 음료는 개인 텀블러에 담아오기, 손 씻은 뒤 개인 손수건 사용하기, 플라스틱 용기 배출 시 내용물은 깨끗이 비우고 재질별로 구분하여 분리배출하기 등 일상 속 작은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2018년 4월,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폐비닐 수거 거부 대란을 기억하시나요?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양은 늘어나는데 재활용에 드는 비용은 늘어나고 재활용업체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플라스틱 폐기물 양에 재활용을 위한 작은 노력이 없으면 지난번보다 더 큰 쓰레기 대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인간으로 인해서 파괴되었지만 그래도 희망은 인간’이라는 환경작가 크리스 조던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 환경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실천하는 ‘작은 불편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