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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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북구의 명칭을 바꾸자

  • 2017-11-27 16:08:57
  • 문화체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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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열 시인·수필가 / 부산 북구문인협회 회장

봄부터 이슬비로 빚어놓은 푸른 잎들이 여름 땡볕으로 다듬어 가을에 소곤소곤 물들여 놓은 아름다운 단풍들이 우리 구의 산야에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뿐이 아니고 지명 또한 아름답게 여기저기 지어져 있다.

첫 번째로 만덕을 보자. 우리 구의 지명 중에서 만덕이라는 동네이름이 가장 넉넉한 느낌이다. 만 가지의 덕을 갖춘 마을이다. 1000여 년 전에 만덕사를 창건할 때도 그걸 알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 것이다. ‘이라 하면 하나의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꽉 찬다는 의미도 된다. 두 번째로 금곡을 살펴보자. 금곡 앞을 바라보면 낙동강이 흐르는데 동쪽으로 내려오다 이곳에서 굽이쳐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것은 넓은 김해평야를 젖게 하고 부산의 명물 을숙도를 잉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곳을 금이 많이 나오는 계곡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앞으로 크게 발전할 곳이다.

세 번째로 화명을 보자. 화명이란 지명은 화산 아래 명당이라는 유래를 갖고 있다. 화산이란 금정산 줄기의 일부인데 봉우리가 암벽을 이루고 있어 예사롭지 않은 영감을 준다는 산이다. 화명은 개발의 붐을 맞아 대단위 신흥 주택단지가 들어서게 되어 산수 좋고 교통이 편리하여 사람들이 계속 몰려드는 곳이다.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몰리니 이보다 더 좋은 명당이 있을까 싶다.

네 번째로 덕천을 보자. 덕천은 덕이 하도 많아 냇물을 이룬다는 곳이다. 만덕에서 흘러내리는 많은 덕이 여기에서는 냇물처럼 흐른다니 얼마나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곳이겠는가. 교통망이 사통팔달로 뚫려 있으며 단독주택이 즐비하고 군데군데 대단위 아파트들이 골고루 섞여있어 더욱 잘 어울리는 곳이 덕천이다.

다섯 번째로 구포를 보자. 구포라 하면 부산·경남 사람들뿐 아니라 서울, 대전, 대구, 광주사람들도 알고 있을 법한 지명이다. 만덕리, 덕천리, 화명리, 금곡리, 금성리, 모라리와 더불어 동래군 구포읍으로서 당당히 지냈었다. 그러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부산직할시 부산진구 구포출장소에서, 부산직할시 구포출장소로 승격하여 당당했던 옛 모습을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대중교통의 중심이었다가 지금은 한가하게 지나가는 여객들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구청도 지금은 변두리에 밀려있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거북이는 천년을 산다고 했다. 그런 거북이 동네가 더 이상 쇠락하지 않고 빨리 옛 명성을 되살려야 하겠다.

구포의 쇠락은 부산시 구포출장소에서 구로 승격할 때 구포를 지워버리고 금정구에서도 쓰지 않은 북()자를 가져다 북구라고 고쳐 쓴 것이 큰 잘못이었다.

전 세계에서 북자를 제일 많이 쓰고 있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서울만 빼고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울산 등이 전부 도시의 북쪽 지역에 북구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모두가 다 지우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지우지 못하다 보니 북자를 많이 쓰는 국가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국토가 반 토막 나있다. 즉 북쪽에 북한이라는 국가 아닌 국가가 있다. 매일 북한의 동정을 언론에서 알려준다. 그러므로 북자를 제일 많이 쓰는 국가가 틀림없는 것이다. 북자는 한자로 북쪽이라는 개념도 되지만 패배의 패자도 된다. 부산의 지리를 보면 북쪽은 분명히 금정구다. 그 금정구에서 쓰지 않는 북자를 왜 가져와 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구의 번영이 명칭에 있다면 한시바삐 서둘러 고쳐야 한다. 국가나 시·도의 명칭, 하물며 마을 이름까지도 개명하고 있는 이때에 무엇을 주저하겠는가? 구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 지난날에 출장소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 있다. 해운대구와 수영구가 그렇다. 다른 명칭도 생각해 본다면 만덕구, 금곡구, 화명구, 덕천구도 있고 금정산과 백양산이 있으니 금백구도 좋겠다.

지금 부산 원도심에서 4개구가 통합을 한다고 한다. 1개구를 개명하려면 예산이 많이 든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부산 원도심 4개구가 통합을 한다는 이참에 우리도 빨리 서둘러 그들과 함께 구 명칭 변경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늦다. 구청. 구의회, 문화계, 정치권과 모든 관공서, 학계, 지역발전협의회 등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서 새롭고 아름다운 구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우리 구의 명성을 전국에 널리 알리면 반드시 크나큰 번영이 기약될 것이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