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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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청소년과 맥 - 최 상 윤

  • 1998-04-27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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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교수/문학평론가
부산문인협회 회장

중국의 가상 동물에 꿈만 먹고 사는 맥( )이라는 동물이 있다. 젊은이는 맥과 같다. 젊은이는 꿈을 먹고 자라야 하기 때문이다.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늙은이도 꿈을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은 현실지향적인 것이지 미래지향적인 것이 아니다. 미래지향적인 꿈을 뜨거운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젊은이 뿐이다.
그 나라 장래의 흥망성쇄는 그 나라 젊은이의 꿈과 질량에 달려있다. 꿈의 질량이 곱고 크면 그 나라 장래는 밝고 진취적일 것이요, 꿈의 질량이 부실하면 그 나라의 미래는 어둡고 퇴보적일 것이다. 이것은 젊은이의 각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지식은 빌릴 수 있지만 꿈은 빌릴 수 없기 때문에 젊은이는 모름지기 스스로 자기의 꿈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희망이라도 좋고, 이상이라 해도 좋고, 나아가 인생의 목표라 해도 좋다. 희망과 이상과 목표는 높고 클수록 좋다. 비록 현실 여건이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더더욱 희망과 이상과 목표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노력이 따르지 않은 꿈은 사상누각이요, 물거품이다. 이 점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의지와 성실과 독서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돈도, 지식도, 건강도, 재산도 우리에게는 큰 재산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재산보다도 소중한 것은 의지이다. 누구든지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적 맞을 일도 없다. 우리 속담에 부처님이 파리하고 살찌기는 석수(石手)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 있듯이 일의 성과는 당사자의 의지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성공의 비결은 의지의 불변에 있다. 인생에 있어서 성공의 기회가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을 볼 줄 아는 눈과 붙잡을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기회는 잠자코 있을 뿐이다. 아무리 큰 재난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있는 사람 앞에서는 그것이 도리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나약한 사람은 어떤 일에 실패하면 비관하고 절망한다. 어떠한 실패 속에서도 한가닥 희망이 함께하고 있으므로 의지있는 사람은 반드시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의 의지는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다음으로 젊은이의 꿈을 실현하는데 의지 못지않게 소중한 것은 성실이라 생각한다.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노마십가(駑馬十駕)라는 말이 있다. 즉 둔한 말이 열수레를 끈다 함이니 설혹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도 성실히 일을 하면 훌륭한 사람에 능히 미칠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그런데 현대는 요령주의 시대라 하여 눈치도 없고, 지혜도 없고 요령도 없는 사람을 능력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실용주의 사회에서 성실도 뒷전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그래서 한때 우리 사회는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표어까지 나붙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성실한 사람이 못사는 사회임을 입증하는 표어이기도 했다. 하기야 우리는 근대에 와서 가치관이 전도된 사회에서 너무 오랫동안 시달려 왔다. 일제 식민지 시대와 해방 공간의 혼란기와 6.25사변, 4.19의거, 5.16 군사혁명 등등 너무나 숨가쁘게 살아오는 동안 임기응변만 있었지 성실 함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청소년 여러분의 세대에서는 성실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반드시 오리라고 믿는다. 그때를 대비해서 청소년 여러분은 성실한 생활의 자세를 익혀두어야 한다.
성실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성실의 속성이다. 그러나 오랜 연륜이 쌓인 성실은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지혜를 짜 내려고 애쓰기 보다는 먼저 성실하게 추진하는 것이 낫다. 우리는 지혜가 부족해서 실패하는 일은 적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성실이다. 성실하면 지혜도 생기지만 성실치 못하면 있는 지혜도 흐려지는 것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설명으로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성실로써 삶의 내용을 엮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각자의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해 간다면 자신도 모르게 그 방면의 권위자로 인정받게 되고 삶의 승리자가 되리라 믿는다. 그런데 의지와 성실은 삶의 자세이다. 삶의 자세만 가지고는 우리의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거기에는 실력이 수반되어야 하며 아는 것이 힘이라 했다. 실력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독서밖에 없다.
진나라때 차윤(車胤)과 손강(孫康)이라는 가난한 선비는 등불마저 켤 처지가 되지 못하여 반딧불과 흰눈에책을 비추어 가면서 글을 읽고 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그래서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말이 후세까지 전해오고 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사지는 멀쩡한데 속이 텅빈 사람은 쓸모가 없다. 우리는 독서를 통하여 과거의 뛰어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남이 고생한 것에서 쉽게 지식을 습득하여 우리 자신을 알차게 해야될 것이다. 세계 위인들 중에서 독서를 게을리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자, 나폴레옹, 링컨이 그랬고 네루, 무솔리니, 케네디가 그랬다. 청소년도 독서를 많이 한다면 이런 위인들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젊음이 있기 때문이다. 의지와 성실과 독서를 통한 앎이 조화된 젊은이에게는 인생의 삶이 결코 지루하지 않으리라. 젊은이여, 의지와 성실과 독서로서 젊은이의 꿈을 키우자

최종수정일202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