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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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 문화유산의 해에… (백이성)

  • 1997-02-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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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문화유산의 해’이다.
‘민족의 얼이 깃든 문화재를 알고, 찾고, 가꾸자’, ‘문화유산 사랑하여 민족문화 꽃 피우자’는 명제를 내걸고 범국민적인 문화유산 보호, 보존운동을 벌이고 있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리고 그 실효성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문화유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지난 날 경제개발의 논리에 밀려 문화유산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어 왔다.
불도저식 개발 정책 아래 도로를 내고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파렴치하고 무지막지한 폭행을 얼마나 저질러 왔던가.
우리 고장의 문화유적과 유물들도 그러한 추세에 밀려 자취를 감추거나 위협을 받아왔다.
부산지방 문화재기념물인 만덕사 절터는 부산에서 희귀한 고려시대 유적인데 70년대 남해안 고속도로와 연결된 만덕터널 공사 때 절터의 입구에 있던 당간지주 유물과의 사이에 길을 내면서 목이 잘린 형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만덕사 절터는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니 나은 편이다.
화명동 가야시대 옛 무덤과 덕천동 옛 무덤은 주택공사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공사장비들에 의해 무참하게 파헤쳐진 상태에서 긴급구제 발굴을 해야 했고 유물을 습득한 후 결국 그 자리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천연기념물인 구포 팽나무는 옛날 언덕 위에 있었으나 구획정리 후 주변에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나무가 서 있는 앞쪽에 문화재관리국의 승인을 얻어 3층 빌라가 들어서는 바람에 나무가 완전히 갇혀 버리는 한심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현재 화명동 용당의 학사대와 100년∼300년 된 포구나무 숲도 자치구와 협의도 없이 경부선 철도직선 공사구간에 편입시켜 곧 자취를 감추게 된다.
우리 고장의 대표적인 유적과 유물들이 이처럼 자취를 감추거나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 속에서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때 늦은 신세타령을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래도 북구청에서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도로공사로 밀려났던 양산군수 이유하 공덕비를 동사무소 경내에 이전, 복원하였고 광복 50주년에 구포장터 3·1운동 기념비를 세웠으며 만덕사의 당간지주 진입로를 정비하고 절터의 2차 발굴을 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등 지역문화재에 대한 자치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 우리는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지난 날 잃어버린 유산은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주위에 보존되고 있는 문화유산이라도 지키기 위하여 지역주민들이 향토문화의 지킴이로서 역할을 담당해 주어야 한다.
우리 고장의 문화유산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찾아내고,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고장에 전승되어 낙동민속예술제에서 재현 된 감동진 별신굿과 구포 장타령, 구포대리 지신밟기 등 민속놀이가 주민의 생활 속에 뿌리 내릴 수 있을 때 조상의 얼이 깃든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고장이 될 것이라 확신해 본다.
(낙동향토문화원장)

최종수정일202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