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시론 - 파괴적창조(정덕주)

  • 2001-01-19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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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덕 주 동아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
최근 대중가요중에 ‘바꿔'라는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다. 아마도 노래의 제목이 의미하듯이 우리 모두가 정말 세상이 확 바뀌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에 해외이민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경제적인 이유도 가세하겠지만 확 바뀌지 못한 한국사회를 떠나고 싶은 요인도 작용 했으리라고 여겨진다.
21C를 맞이한다고 요란을 떨면서 뭔가 세상이 변할 듯 했지만 한국의 경제, 정치, 행정, 사회, 문화의 모습에서는 크게 바뀐 것이 없는 점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마디로 파괴적 창조를 일구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의 체질을 바꾼다고 하면서도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했고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기업과 금융권을 살리려고 했지만 향후 국민부담만 늘어나고 경제전망은 어두운 그림자만 비치고 있다.
정치권은 이념적, 정책적 논쟁이 아닌 정권적 차원의 실리만 쫓아 국민의 아픔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언제나 이전투구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행정의 영역에서는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공약사업에 따른 부채만 늘려나가는 일들이 만연하고 행정능률의 개념은 외면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문화의 영역에서는 불신과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저급문화에 대한 자각을 하지 못하여 소위 문화적 수치심조차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에 놓여있다.
이 모든 현상들의 치유방안은 결국은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 모든 영역에서 바람직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고 지금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 것이다. 되돌아가면 살기 좋은 세상만들기의 근원은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한국사회여야 하며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될 수 있는 교육과 사회환경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는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발상의 전환’과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말들도 그 밑바탕에는 사람이 바뀌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 빈곤국가로 어느 경제학자는 돌강산에 비유하기도 한다. 결국 국력의 원동력은 인적자원이 절대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중심과 인간존중의 사회로의 전환하는 것 외에 달리 좋은 나라가 될 방법이 없다는 게 나의 신념이다.
21C를 개척해나가는 “정보화", “세계화", “지방화" 등의 화두도 따지고 보면 사람중심의 얘기이다.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는 지식으로 해결되지만 지식이전의 인간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미래에 희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교육을 행할 기성세대들은 먼저 지금까지의 자신을 파괴시키고 새로운 변화로 새천년을 맞이해 보자.
한번쯤 새천년 새아침에 자기파괴를 통한 새로운 창조를 다짐해 보는 것이 작은 나라사랑의 밑거름이 아닐까. 올해에는 기존의 나를 파괴시키는 작업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최종수정일202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