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이동

소금의 의미(意味) - 김 은 숙

  • 1999-04-26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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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1동(명예기자)

지난 정월 대보름날, 아침 일찍 누군가 찾아왔다.
이렇게 일찍 찾아올 이가 없는데 하고 나갔더니 하얀 소금을 머리에 가득이고 오신 아주머니셨다.
“새댁 소금, 좀 사요.”
집엔 작년에 부대째 들여온 왕소금이란 죽염, 구운소금 등이 있어 필요없다고 했더니, 오늘 소금을 사면, 올 한해 재수가 있다던가, 돈이 모인다던가 하는 그말에 아주머니를 그냥 돌려 보낼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은 새벽부터 이런일을 해야하는 아주머니를 그냥 돌려 보낼 수 없다는 마음이 순간 들었다.
별로 쓸 용도가 없을 것이라는 그 소금으로 며칠 뒤 벼르던 고추장을 담는데 뿌렸었다. 오늘 아침 아들의 생일 준비를 하면서 그 소금을 또 한줌 꺼냈다.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두견새가 밤새도록 울어대던 17년 전 4월 첫아들을 낳고 흐뭇하고 행복했던 그 날이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내나이 사십대 영락없는 아줌마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아이 둘 키우며 더 나은 앞날을 꿈꾸며 알뜰히도 살았건만 나라경제가 어려워진 지금, 고물가에 가정경제도 더욱 어려워진 올해는 주부인 내가 소금처럼 짜게 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 소금장수 아주머니도 어려운 가운데 꿋꿋이 살아가는 내 이웃임이 분명할텐데, 한봉지 소금이나마 외면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겨지는 이 아침, 어려운 가운데 조금이나마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살다보면 이 사회가 조금은 따뜻해지겠지.
모든 음식에 맛을 내는 소금과 같이 남은 올 한해도 내 가족과 내 이웃에 한줌 소금이 되어 삶의 맛을 내는데 소홀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독여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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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