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이동

가장 좋아하는 낱말 “가족”

  • 2002-04-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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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하는 낱말 열 개는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에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세계, 고뇌, 대지, 어머니, 사람들, 사막, 명예, 가난의 고통, 여름, 바다. 당신이 좋아하는 낱말 열 개만 골라 보시지요.
- 한수산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中 -
이 글을 읽으며 오늘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10개... 가족, 친구, 맑은 날, 사랑, 야구, 삼겹살, 처음, 마음, 여행, 자전거
맘 속에서 여러 개의 단어들이 서로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했지만 좋아하는 낱말 열 개를 고르는 건 생각보담 쉽지가 않았다.
그 중 맨처음 생각나는 단어가 “가족”이었다.
세월이 조금 지나면 또 좋아하는 단어가 바뀔지 모르겠다. 좀더 어렸을 때 좋아하던 것은 좀 감성적인 것들이라고 해야하나? 별, 달, 바다, 비... 뭐 이런거였는데 바뀐걸 보면 말이다.
먹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가족이다. 가끔 한자리에 모이면 제일먼저 챙기는 것이 ‘뭘 먹을까?’하는 것이다. 메뉴도 다양하다.
한번은 연초에 가족의 소원을 빌러 가는 일이 있었다. 불교집안은 아니지만 연초에 소원을 빌기 위해서는 절에 가야하는 주의다.
송정 해동 용구사는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하길래 우리는 그곳에서 소월을 빌기로 정했다. 아침에 집을 나설때부터 설레는 기분이었다. 다들 말은 안했지만 이왕에 가는 길이니 그곳주변에 있는 대변항에 들러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를 했던 터였다.
용궁사에서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가족을 건강을 빌며 내려오는 길에 기대했던 바대로 대변항에 들렀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방안에 앉아 싱싱한 회 한접시를 먹는 일은 우리가족을 단단한 끈으로 묶는 역할을 하는 듯 했다. 서로 쌈도 싸주며 화합하는 모습이었다.
한참 먹고 있는데, 누군가 장안사에 약계탕이 좋은데.. 하고 말하는 순간 일제히 “먹고가자!"가 터져 나왔다. 먹는 것에 있어서는 항상 의견일치를 보는 우리가족. 결국 대변항을 돌아 바닷가를 조금 돌고 장안사에 들러 절을 구경한 뒤 부처님께 절하고 내려와 약계탕을 먹었다. 서로의 그릇에 고기를 얹어주며 다정스레 말이다. / 이은선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