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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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 봄철 보약 쑥 요리

  • 2021-04-28 12:39:25
  • 정영미
  • 조회수 : 1073
지난 주말에 가족과 함께 고향에 다녀왔다. 홀로 계신 어머니를 뵙고 오랜만에 고향의 봄 냄새도 만끽하고 싶어서였다.
아이들은 도시에서 자란 터라 처음엔 감흥이 없어 보였는데 차창으로 스쳐가는 홍매화와 진달래, 동백, 개나리, 벚꽃 등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1시간 남짓 달린 끝에 시골집에 도착해 이제 곧 100세를 바라보는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는 쑥을 캐러 야산으로 갔다.
바람 없는 화창한 날씨 덕분에 들판에 넘쳐흐르는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쑥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쑥을 보여 주며 이것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설명한 뒤 본격적으로 쑥을 캐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내가 단연 가장 많이 캐었으며 아내와 아이들은 쑥을 깊숙이 캐지 못하고 뜯다시피 하다 보니 잎과 뿌리가 잘려 버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두 시간 가량 캐었더니 두 소쿠리나 되었는데 쑥국을 끓이고 쑥떡도 해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어머니는 봄기운을 받은 쑥은 입맛이 없는 봄철의 보약과도 같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캔 쑥을 어머니께 좀 드리고 집으로 가져왔는데 그날 저녁상에는 온통 쑥요리 일색이었다. 쑥을 솎아 내어 끓인 쑥국은 정말 봄 향내가 물씬 나서 입맛을 돋우었다. 그뿐 아니라 쑥튀김과 쑥버무리까지 만들어 먹었다.
그러고도 약간 남은 쑥은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올 봄이 다 갈 때까지 조금씩 먹을 예정이다.
며칠 전 아내가 누구한테 들었는지 쑥전이 안주로 좋다며 쑥전을 부쳐 놓을 테니 퇴근길에 막걸리를 사오라고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막걸리 안주로 쑥전을 먹었더니 정말 봄 향내와 그윽한 맛에 도취되는 듯했다. 하루 잠깐 캔 쑥으로 인해 우리 집 식탁은 오랫동안 고향의 봄이 머물 것 같다.
내년에도 쑥을 캐러 고향에 가리라 다짐해본다.
우정렬 / 화명동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