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이동

아들들이 준비하는 아침식사

  • 2020-11-02 19:53:57
  • 문화체육과2
  • 조회수 : 921

추석 이틀 전날에 양가 어른들이 모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들었다. 그래도 음식을 조금은 해야겠다 싶어서 두 아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라 했다.

아이들은 집에서 하는 건 그저 그런 맛이라는 평이었다. 엄마가 하는 음식은 싱겁고 채소 반찬이 많으며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니 하루에 한 번은 맛있는 고기를 메인 요리로 먹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는 집 음식을 불만 없이 먹었으니 성인이 되면서 바깥음식에 익숙해진 탓이리라 짐작을 하면서도 섭섭했다. 나는 엄마여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가족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을 지녔으며, 하루 한 끼는 집 밥으로 해결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 보았다.

아들들은 집에서 싱겁고 조미료가 적게 든 음식을 먹다가 외식으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것보다는 간을 약간 짭조름하게 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훌륭한 조미료를 활용하면 외식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그러면 너희들이 알아서 해봐라했더니 아들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흔쾌히 대답하고는 이후로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에는 햄버거로 시작하더니 점차 밀키트로 발전했고, 유튜브로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주방에 새 프라이팬, 대용량 식용유, 스톡, 굴소스, 계량컵, 계량스푼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귀찮아서 잘 해먹지 않는 음식들이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고, 맛있다며 비결을 묻자 음식의 맛은 정확한 계량이 생명이라고 답했다. 일부 가정에서는 손맛을 강조하여 음식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요즘 인터넷의 레시피들은 당장 만들어 팔아도 될 만큼 수준급이라고 한다. 더 싸우기 귀찮아서 포기하기로 했다. 자존감은 조금 무너졌어도 이제 더 이상 아침 식사를 준비하지 않으므로 출근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와 점점 행복해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미정 /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