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이동

시인의 창 / 문어(김도우)

  • 2020-08-01 14:26:27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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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창 / 문어(김도우)

시인의 창 / 문어(김도우)

문어

 

                            김도우

 

아버지와 식탁에 앉았다

어둠 속에서 아버지의 굵은 목울대가 꿈틀거렸다

초점 없는 눈빛이 접시에 굴러다녔다

쫄깃하게 씹히는 비릿한 기억

 

아버지가 흔들릴수록

조여오는 빨판

아버지와 나 사이 바람이 드나들고

버둥거렸던 삶이 토막토막 잘려진 채

접시에 담겨있다

 

사는 것이 독하다

씹어도 씹어도 삼켜지지 않는

문어 한 조각

호령하던 아버지 간데없고

홀로 세상을 부둥켜안았다

 

문어는 펄펄 끓는 물에서도

악착같이 온몸을 뒤틀었다

 

#약력: 시집 <벽지가 피어나다>, 수필집 <길찾기> <노을이 내게로 왔다>, 부산문인협회 회원, 에세이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