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시인의 창 / 문어(김도우)
- 2020-08-01 14:26:27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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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김도우
아버지와 식탁에 앉았다
어둠 속에서 아버지의 굵은 목울대가 꿈틀거렸다
초점 없는 눈빛이 접시에 굴러다녔다
쫄깃하게 씹히는 비릿한 기억
아버지가 흔들릴수록
조여오는 빨판
아버지와 나 사이 바람이 드나들고
버둥거렸던 삶이 토막토막 잘려진 채
접시에 담겨있다
사는 것이 독하다
씹어도 씹어도 삼켜지지 않는
문어 한 조각
호령하던 아버지 간데없고
홀로 세상을 부둥켜안았다
문어는 펄펄 끓는 물에서도
악착같이 온몸을 뒤틀었다
#약력: 시집 <벽지가 피어나다>, 수필집 <길찾기> <노을이 내게로 왔다>, 부산문인협회 회원, 에세이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