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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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답다”라는 말

  • 2018-11-26 16:08:28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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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도 우 / 시인·‘희망북구편집위원

 

우리는 타인의 간섭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은 여러 가지 사회의 제재가 따르기 때문이다. 사회는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체계화된 규범 속에서 제재를 가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계속적인 학습을 통해 문화의 내용을 내면화함으로써 사회화된다. 사람이 문화를 학습함으로써 동물적 생활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창조생활이 가능하게 된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문화는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린이는 가까운 타인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먼저 자기 자신을 알게 되고 사회의 규범을 터득해간다. 사회화는 어린이의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두고 지속되는 과정이다. 사회적 역할은 인간 개개인과 사회를 만나게 해주고 사람은 역할을 통해 사회적인 존재가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은 일정한 사회적 위치를 갖기 마련이다. 사회적 기대는 단순한 희망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구속력을 지니는 사회적 힘이다. 여기에서 역할이란 사회적 기대를 말한다. 어떠한 특정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으로 하여금 일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고 행동하게끔 하는 힘이 곧 역할이다. 초등학교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하며 중고등학생은 청소년다워야 한다. 노인은 노인답게, 청년은 청년답게, 장년은 장년답게 행동해야한다. 사람은 일정한 사회기대에 따라 ◯◯답게행동하도록 훈련받게 되며 제대로 훈련이 되면 성숙한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게 된다. 이 같은 사회학적 인간은 어떤 문화, 어떤 사회, 어떤 시대에도 존재해왔다.

 

가정과 사회의 각 구성요소는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여야 하는 약속이 전제되어있다. 부모의 역할, 자녀의 역할,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이 원활하게 돌아갈 때, 우리 사회는 균형을 이룰 수가 있다. 불행한 가정으로 인하여 가족이 해체되면서 일어나는 사회범죄와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건 등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하는 일들이 연일 일어나는 것도 병든 우리 현대인의 실상이다.

 

우리나라의 불평등한 구조는 전방위에 걸쳐 만연해 있다. 상위 20%가 전체소득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득분배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어간다. 가난하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다. 가난으로 인해 역할기회나 동기부여의 기회를 놓칠 수는 있겠지만 마음의 불행은 물질이 충족된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기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행동으로 주변을 힘들게 하고 피해를 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숙명여고에서 일어난 시험지 유출 사건은 나 혼자 잘살아야 하고 내 가족만 잘 살아야 한다는 비뚤어진 가족 사랑이 낳은 사건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이면서 사회적 책임을 가진 교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일이다. 또 페어플레이를 가르쳐야 할 스승으로서의 가치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두 딸에게 빗나간 부성(父性)으로 부모의 자리를 대신하려 했던 사건이다. 한국미래기술 양진호회장 또한 기업가의 역할을 저버린 온갖 갑질과 엽기적 행위에 이어 비정상적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반사회적인 인물로 사회적 공분을 사게 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사회를 기만하고 국민들을 농락하였다. 과도한 개인적 욕망으로 우리사회를 극도의 불신으로 몰고 가는 반인륜적인 일들이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힘든 지금, 소외된 사람들이 상실감과 고독감을 느끼고 있다. 정서적 파탄을 불러오는 각종 사회적 병폐들로 인하여 스트레스가 늘고 있다. 또한 상승 지향적 삶과 세습되는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유산에 서민들은 행복감이 떨어지고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인간답다, 부모답다, 자식답다, 지도자답다고 했을 때 우리 사회는 제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답다라는 말은 소신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때 들을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그럴 때 우리사회가 균형을 유지하게 되는 것 아닐까.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