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호

이동

아들의 운전기사

  • 2024-10-25 17:56:01
  • 정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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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운전기사

아들의 운전기사
인생을 살며 이런저런 희비에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말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

 
 
얼마 전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글을 써 본다. 아들은 대학교에서 식품자원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에 전공을 살려서 생애 첫 직장으로 식품회사 영업사원이 됐다. 영업직이기에 회사 업무와 출퇴근용으로 회사 승용차를 몰고 다녔다.
그런데 얼마 전에 회사 승용차로 영업점을 방문하러 이동중에 접촉 사고가 났다. 아들이 차로 변경을 하다가 뒤따르는 덤프트럭에 부딪혀서 사고가 났기에 아들 잘못이 크다는 보험회사 판단이 나왔다.
아들의 몸은 다행히 다치지 않았지만 회사 승용차는 옆면에 차량의 손상이 심해 보였다. 다행히 회사 종합보험에 가입해 놓아서 수리비용은 보험으로 처리하면 됐다.
다만 문제는 정비업소에 맡긴 자동차 수리 기간이 오래 걸려서 아들은 대중교통으로 회사 업무를 봐야 하는 처지였다. 대중교통으로 업무를 보면 영업직이기에 쉽지 않다. 다양한 짐과 서류와 많은 것을 들고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퇴근 후 하소연했다. 아버지로서 어떻게 할까 고심하다가 얼마 전에 정년퇴직으로 내 시간이 났기에 아들 업무용 차가 수리될 때까지 내 승용차로 아들 출퇴근을 해주고 외근 업무도 돕기로 했다. 아들을 위해 운전기사 노릇을 자청하게 된 것이다.
거의 보름동안 집에서 회사까지 내 승용차로 아들을 옆자리에 태워 출퇴근 해주고 낮에는 대기도 하면서 아들을 회사 거래처에 태워주었다. 내 개인 자동차였기에 연료비나 주차비, 통행료 등은 모두 내 돈이 들어갔지만 아들이 거래처에서 편리하게 업무를 보게 노력했다.
전에는 아버지로서 아들과는 좀 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보름가량 아들과 같이 여기저기 다니며 많은 대화를 나눈 덕분에 우리 부자 관계는 두터워졌다.
아버지로서 아들을 위해 일한 것이 보람이었고 아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아들의 불미스러운 교통 사고가 부자 간의 정을 두텁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어 역시나 인생은 새옹지마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아들의 교통사고로 인해 여러 생각이 많아 졌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저런 희비에 대해 너무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말고 그러려니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박정도 / 화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