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이동

따바리 감나무

  • 2024-08-26 13:52:24
  • 정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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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바리 감나무

따바리 감나무
우리집 큰방 앞에는 따바리 (짐을 머리에 일때 받치는 ‘똬리’의 방언) 감나무가 한 그루 있다.
어릴때 고향집 마당에도 한 그루 있었다.
감 모양이 ‘똬리’ 처럼 납작하게 닮았다고 따바리 감이라고 하였던 것 같으며 납작감, 반시라고도 한다.
집을 신축하고 나서 바로 심었으니 수령이 40년 정도 되었다.
매년 가을이면 잘 익은 주홍색 감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다.
생감으로 먹으면 떫은 맛이라 주로 꽂감이나 감말랭이며 홍시로 만들어 먹는다.
매년 이렇게 많이 수확하던 감들이 2,3년 전 부터는 수백 개의 감꽃이 피고 맺힌 어린 감들이 채익기도 전에 거의 다 떨어져 버린다.
사람도 나이 들고 보면 악력이 약해져 물건을 잡는 힘도 없고 잡았던 물건도 자주 놓치듯이 노령기에 접어든 감나무도 어린 감꼭지 마저 잡을 힘이 없는 것 같다.
작년에는 익은 감이 겨우 10 여개 정도만 달려 있어서 까치밥으로 남겨 두었다.
오늘도 감 꼭지와 함께 떨어진 어린 감들을 청소하면서 이제 유실수로의 역할은 다되어서 베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베지 않고 있다.
열매보다 잎이 더 아름답고 고맙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이면 작은 새들이 와서 재잘거리는 짙은 녹색의 잎들을 바라 보면 눈과 귀가 즐거울 뿐 아니라 집이 서남향 이라서 한여름이면 오후 내내 큰방을 뜨겁게 달구는 햇볕을 무성한 잎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올해도 달콤한 열매는 기대할 수 없지만 삭막한 도심 속에서 새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자연 휴식처이자, 한여름이면 천연 차양막 역할을 하고 있는 따바리(납작감,반시)감나무가 늘 고맙다.
이철호/만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