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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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햇빛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 봄날

  • 2022-04-06 17:59:13
  • 정영미
  • 조회수 : 131
코로나19로 생활반경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음식을 시켜먹는 일과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일이 문화생활의 곤궁함을 채워주는 통로가 되었고, 극장에 가볼까 하다가도 주변 사람들의 오미크론 확진 소식에 가지 않길 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외식이라도 하고 나면 2~3일 동안은 불안하다. 언제부턴가 식당을 찾아가면서 손님이 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붐비는 시간을 피해 구석 자리에서 급하게 먹고 나오기 일쑤였다.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면서 거의 2년 만에 구포무장애숲길을 찾기도 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미세먼지가 보통이라는 내용을 확인했지만 먼 산과 낙동강이 희뿌옇게 보이는 건 내 마음 탓이었을까….
예전 같으면 3월에는 기억에 남을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으나 어느 순간 똑같은 매일이 반복되다보니 “그날, 내가 뭘 했었지?”라는 반문을 자주하게 된다. 집 밖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 날에도 밖에서 무엇을 했었는지 모를 경우도 있었기에 그날엔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 20도 가까운 기온에 이끌려 선택한 산책이기도 했다.
오래 집에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기도 했는데 무장애숲길에서는 긴 데크를 따라 산을 오르며 건강과 시간을 채우는 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피해 입히지 않을 곳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조용히 찾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19의 안개가 걷히고 맑은 하늘 아래에서 맘껏 호흡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으나 이제는 그 기대를 접고 코로나19가 있는 세상에서 내 나름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3월 16일이라는 하루는 구포무장애숲길로 기억될 것이며 앞으로도 작은 이정표를 간간히 새기려 한다.
‘햇볕이 맑아 눈물이 난다’는 도종환 시인처럼 올 봄에는 눈물이 날 만큼 맑은 햇볕을 마음껏 받으며 많이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미정 / 희망북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