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이동

힘들지만 행복한 황혼육아

  • 2022-05-31 17:23:55
  • 정영미
  • 조회수 : 808
"함미~, 아아~.” 입을 벌려 밥을 먹고 있는 손자를 둔 나는 황혼육아를 하는 할머니로 지내고 있다.
조부모의 육아가 어찌 즐겁기만 하랴. 손자를 키우며 힘든 상황도 많다. 아이가 밤중에 자지러지게 울며 보채는데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고 달래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엄지손가락 통증 때문에 ‘방아쇠수지증후군’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을 때,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플 때도 있었다.
또 자식을 키우는 방식과 양육관이 나와 다른 딸 부부를 보면서 행여나 잘못 키운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될 때도 있다.
딸 부부와 협업 관계를 잘하고 그들의 의견을 우선시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은 내가 부모로 살았던 시대와 너무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할머니인 내 의견과 양육 태도를 존중해 주는 걸 알면서도 노파심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할머니가 된 지금이 무척 마음에 든다. 힘든 것은 잠깐이었고 손자와 지내는 시간이 모든 것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함미~”하면서 달려올 때, 사소한 몸짓에도 까르르 웃으며 눈을 맞출 때 지혜롭고 사랑으로 키워 준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은 욕심이 마구 돋아난다.
딸을 키울 때는 주변 어른들의 양육 경험에 의지했는데 지금은 육아 정보가 넘쳐난다. 또 딸이 이야기해준 육아 아이템은 어찌나 많은지…. TV에서 알려주는 정보도 다양하고 양육에 관한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은 머리가 아플 정도이지만 열심히 노력 중이다. 또 유아교육에 필요한 내용과 안전교육 등을 진행하는 조부모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있는데 현재 기획 중인 곳이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그런데도 잘 먹고 배변 잘하고 잘 자며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인 할머니와 잘 놀아주고, 잘 웃어주는 손자 덕분에 오늘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는 나는 행복한 할머니다.
박유미 / 희망북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