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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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이봉재

  • 2012-03-27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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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의 새로운 역할

공공디자인이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공공장소의 장비 및 장치를 꾸미고 디자인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현대 문명의 발달과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삭막한 도시에 좀 더 시각적인 요소와 물리적인 요소들이 필요하게 됨으로써 도시를 보다 합리적으로 계획하여야 한다는 인식에서 현대 공공디자인의 개념이 생겨났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도시브랜드화에 따른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의 개념이 점점 부각되면서 이러한 도시 공공디자인에 대한 부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나 잘사는가’를 따졌던 시대는 지나가고 ‘어떻게 잘사는가’가 중요해진 시대다. 그리고 ‘성장’의 구호보다 ‘함께’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시대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는 공공디자인에도 새로운 개념과 역할을 부여한다. 공공디자인은 이제 장식의 요소에서 지역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조산업으로, 형태 미학의 개념에서 시스템의 개념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맞이하기 위한 도구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공공디자인에는 건축물과 도로, 주거환경에 필요한 공원이나 산책로 등의 ‘환경적 시설’이 있고 이 환경 시설에 대응하여 도로상의 여러 시설이 있다. 이러한 개개의 디자인은 물리적 기능으로서 뿐만 아니라 시각적 환경의 한 요소로서 계획되어야 하며 적절한 디자인과 배치는 생활의 장(場)에 질서를 주고, 부적절한 배치는 당연히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인간의 감각기관 중 특히 시각의 역할은 대단히 크며 시각적인 환경은 곧 경관이라고 할 수 있다. 경관의 형성은 공공디자인에서 대단히 중요한 측면이다. 따라서 도시환경 디자인의 관점에서 그 지역현상을 먼저 파악한 뒤 어떤 요소를 남겨둘 것인가, 어떤 요소를 발전시키고 키울 것인가,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디자인은 도시가 역사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키워왔던 무형·유형의 다양한 의미를 지닌 개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도시의 개성을 느낄 수 있으면서 질서를 유지하는 2개의 접근 방법이 가능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관 주도형의 공공디자인 추진방향은 후자와 같이 편리성에 의존한 질서 갖추기에 편중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도시경관이나 현존하는 도시의 모습은 지금의 환경특성을 토대로 성립되지만 시대가 변하면 가치의 판단기준도 달라진다. 따라서 디자인 관련업체, 담당 실무 부서, 구민들 간에 협의를 거듭하면서 그 변화의 부분을 파악해서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가, 또한 그 가치를 가지고 질서화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구민이 행복한 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북구에서도 ‘덕천동 젊음의 거리 경관개선 사업’과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생활형 지역공공디자인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구포 피아노 거리 정비사업’ 등 지역환경을 아름답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있으며 ‘창조문화활력센터’ 건립 사업, 화명생태공원 조성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공공공간 디자인 개선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공공디자인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기억을 몰래 묻어 놓을 수 있는 비밀의 장소와 보이지 않는 팻말을 일상의 한가운데에다 만들어 주는 일이다.
공공디자인은 행복이라는 개인적 삶의 목표를 수용할 수 있는 정서를 가진 사물로 구현되어져야 한다. 혹 그것이 ‘행복감’이라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꿈 또한 우리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현실적인 대안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지역의 공공디자인 계획은 구민들의 행동을 도와주는 기능은 물론이고 구민들이 그 지역의 풍토나 문화를 느끼고 자기 자신의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영위하기 위한 공간, 환경과의 커뮤니케이션 계획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최종수정일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