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이동

길었던 추석 연휴의 후일담

  • 2016-09-28 16:49:02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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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추석 며칠 전부터 온 집안이 북적거릴 정도로 차례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었는데 요즘은 명절 분위기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평소의 장바구니에 나물, 제수용 생선, 전을 부치는 데 필요한 재료, 과일, 송편 정도를 더해 장을 봐서 혼자 준비하다 보니 추석 아침이 밝았다.

남편과 두 아들의 재빠른 손놀림 덕분에 차례상의 구색이 갖추어졌으나 마음은 왜 그렇게 공허하던지.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한 뒤 남편과 아들이 수고했으니 쉬라고 하더니 제법 잘 치운다. 덕분에 몇 시간 전 수라간 나인이었던 내가 왕비가 되어 남편이 준비해 준 차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마음은 수십 년 전으로 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명절을 싫어했다. 종가집이었던 친정에는 늘 문중 사람으로 붐볐고 어머니는 그들의 숙식을 책임지느라 손에 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명절에는 듣도 보도 못한 집안 사람들이 할아버지께 인사를 오곤 했으니 나의 어머니는 명절이 지옥이었을 게다.

나 역시 종가집에 시집 온 맏며느리. 그러나 나는 어머니처럼 그럴 수 없었다. 직장인이라는 이유로 집안의 대소사가 시어머니의 몫이 되어버린 것이다. 뒤늦게 며느리의 본분에 충실하려고 동분서주 뛰어 다니다가 양가 어머니의 노고를 깨닫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분들에 비해서는 짧은 세월이었지만 나도 제법 익숙해졌는데 시대가 시대인만큼 일가친지들도 예전처럼 왕래가 빈번하지 않고 어른이 안 계시니 명절의 의미도 줄어든 것 같다. 나 한 몸 힘들어도 사람들이 찾아와 덕담과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면 좋으련만. 이러다 아들 세대에서는 차례상도 없어지는 건 아닌지, 명절의 풍습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노파심도 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 덕담이 있다. 정말 실생활도 말처럼 되면 좋겠다 싶다. 가족이 뭉쳐서 정을 나누고, 힘겹지만 보람 있던 예전의 명절이 그리워진다

김현주 / 희망북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