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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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청소년들의 사이버문화

  • 2013-09-27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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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경 희(희망북구 편집위원 / 독서논술지도사)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부모가 전체의 70%라고 한다. 요즘 부모들은 청소년 세대를 이해하기 어렵다. 왜 그렇게 스마트폰에 빠져있는지, 밥 먹을 때도 공부할 때도 왜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인지.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부하기를 기대하는데 청소년들은 독서나 공부보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왜냐하면 일단 재미있으며 별다른 노력이 없이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게임도 하며 친구 혹은 아는 사람들과 이메일 교류를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와 영상물을 다운로드받는 등 다양하고 즐거운 활동을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부모들은 자녀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솔직히 청소년들의 사이버 공간 속에서의 삶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아이의 공부를 방해하는 물건으로 여길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자녀와의 의사소통에 장애가 발생하고 어떻게 지도해야할 지 방향을 상실해 교양 있는 부모조차도 이성을 잃고 아이들과 위아래 구분 없이 말다툼을 할 때가 있다. 흔하고 흔한 일상의 풍경이다.

효과적인 자녀지도를 위해서는 우선 청소년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여야한다. 사이버문화는 어떠한 확인과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또한 사이버로 할 수 있는 것은 무한하다.
기성문화에 반항하는 문화이기도 하지만 가상공간에서 국가, 지역적 경계를 모두 무시하고 기존의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다양한 끼로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 입시 스트레스와 여가시간, 놀이 공간의 부족으로 사이버 공간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다. 이곳에서 게임, 채팅, 온라인 공동체 활동, 미니홈피, 블로그 등의 활동을 전개하며 나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남을 이해하려고 한다. 청소년들은 이처럼 디지털기기를 사용해 자기를 알리고 정체성을 찾아간다. 오프라인에서는 소극적인 아이가 온라인에서는 열정적인 아이로 바뀌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이 우리 아이들에겐 소통의 공간인 것이다.
그래서 무조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소통을 차단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아이는 강한 반발심과 방어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대신 사이버 문화의 특징과 폐해를 이해시키고 청소년 스스로 적절히 통제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또 부모들이 어른의 잣대로만 청소년들을 평가하려고 하지말고 아이들을 독자적 존재로 인정해주면 어떨까. 물론 이러한 측면의 뒤에는 현실 생활에 장애가 발생하는 인터넷 중독 현상이 따라 올 수도 있지만 부모들의 폭넓은 이해와 관심이 선행된다면 이같은 폐해도 빨리 극복할 수 있을 않을까 싶다.

이번 여름휴가 때 아이들이 할아버지께 옛날 가요 다운받는 법, 원하는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저장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며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을 보며 떨어진 가족 간의 거리를 스마트폰을 통해 좁혀 나갈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원북원부산 올해의 도서로 선정된 ‘가족의 두 얼굴’에서 저자 최광현은 “가족은 나의 힘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하며, 친밀함 뒤에 미묘한 갈등이 숨어 있기도 하고, 한없이 사랑하다가도 한없이 미워지기도 한다.
가족은 이처럼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비롯된 슬픔과 아픔, 피해의식과 트라우마를 지닌 이들이 많다고 했다.

십대가 부모와 평생 가져갈 ‘관계’의 토대를 쌓는 결정적인 시기라는 것은, 그만큼 그 시기에 관계의 단절이 쉽고도 흔하게 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삶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도구 스마트폰을 가지고 부모와 십대 사이의 관계를 개선해 보면 어떨까. 오늘 아침에 아이와 말다툼을 했다면 먼저 메시지를 한 통 보내 보자.
“많이 힘들지? 외로웠지? 사랑한다.”라고.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