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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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작고 사소한 것에도 의미가 있다

  • 2021-01-05 14:30:33
  • 정영미
  • 조회수 : 1112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오래된 필름을 현상하는 사진관을 방문하였다. 가족 앨범에서 누나의 신생아 때 사진을 보고난 후, 본인의 사진은 없는데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아들의 쿨한 반응이 마음에 걸려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상자에서 20년이 훌쩍 넘은 필름을 찾았다. 몇 장만이라도 아들의 신생아 때 사진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스무여 통의 필름 현상을 의뢰했다.
일주일 후 사진관을 방문하여 한 보따리에 가까운 사진을 살펴보니 기대와 달리 딸의 어릴 때 모습들이 대부분이어서 아들에게 자꾸만 미안해졌다. 다행스럽게도 출산 후 병원에서 찍은 아들의 신생아 때 사진이 몇 장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은 것들이라 생각해서 잊고 살았던 삶의 한 순간이 사진 속에 멈춰져 있었다.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아들의 어린 시절 사진처럼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살아남는 것들이 달라진다. 둘째라서 소홀한 적이 참 많았는데 삶의 시간은 그 사이 멈추지 않고 쉴 새 없이 흘러서 아들은 이십 대 청년이 되었다.
아날로그 세대인 나와 디지털 세대인 아들 사이에 있는 간격을 말로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말의 한계로 인해 아들에게 의도치 않았던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에게 힘을 내게 하는 말, 귀 기울이게 하는 말을 하는 엄마가 되고픈 욕심을 부린다.
“네 사진은 몇 장뿐이더라. 너의 신생아 때 사진을 찾으려고 했는데 누나 사진이 대부분이네.” 내 말 속에 담긴 미안함을 읽었는지 아들은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아들아,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현재의 너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 엄마는 네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 것을 믿는다. 너 자신을 믿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타인의 경험에 귀 기울이는 삶의 태도를 지닌 너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박유미 / 희망북구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