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호

이동

‘십리과자’를 아세요?

  • 2025-10-27 10:02:59
  • 정영춘
  • 조회수 : 681
‘십리과자’를 아세요?

우윤숙(금곡동)
 
십리과자(돌사탕)는 내 초등학교 시절을 통째로 녹여 주던 한 알의 사탕이었다.
1950~60년대, 보리고개가 일상이던 때 밥상엔 쌀보다 보리가 더 많아 꽁보리밥이 흔했고, 반찬이라야 소금 간이 센 김치와 집에서 띄운 된장이 전부였다.
학교는 멀고 책가방도 없어 책을 분홍색 책보에 싸 들었는데, 집에서 학교까지 약 4km를 한 시간 넘게 걸어야 했다.
비가 오면 책이 젖지 않게 분홍 책보를 허리에 동여매고 헐떡이며 달렸고, 책무게가 쌓이면 종종 다리에 힘이 풀리곤 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날에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동그랗고 단단한 ‘십리과자’를 한 알 사 물면 그 먼 거리를 걸어도 하루가 견딜 만했다.
그 사탕은 입속에서 천천히 굴리며 녹여야 했다. 단맛은 깊고 오래갔고, 한 알을 물면 집 근처에 닿을 즈음에야 비로소 단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매일 사 먹기 어려운 형편이라 친구와 반씩 나눠 먹기도 했는데, 먼저 문 친구가 한참 단맛을 뺀 뒤 내게 넘겨주면 나는 남은 단맛을 이어받듯 천천히 녹여먹었다.
지금 같으면 비위생적이라 질색할 일이지만….
그랬던 나이기에 세월이 흘러 지금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체격은 커졌지만 조금만 걸어도 지루해하고 짜증을 내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와 현재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작은 몸집으로도 먼 길을 걸었고, 한 알의 사탕으로도 하루가 즐거웠다. 작은 사탕 한 알을 나눠먹으며 행복했던 시간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이제 십리과자는 내 기억 속 군것질로 남았지만 가끔 그 사탕의 오랜 달콤함을 떠올린다.
천천히 녹여야만 맛 볼 수 있었던 인내의 시간, 끝까지 다 녹여야 비로소 알 수 있었던 완주의 행복. 그 맛은 이제 사라지고 없지만 추억은 아직 내 기억속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