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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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겨울비를 바라보노라니…

  • 2021-03-02 11:36:52
  • 정영미
  • 조회수 : 1149
겨울비를 바라보노라니…
 
비가 촉촉이 내리는 한겨울의 오후시간이다. 일평생 경험한 적 없는 코로나19로 가슴 졸이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얼마나 더,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마음이 편치 않다. 입춘이 지난 지도 꽤 되었건만 기분은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
1년 전 코로나가 퍼질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물론 나라에서 환자 관리와 주사제 확보 등 대처를 잘해주고 있지만 걱정이 태산 같다. 그나마 추위가 멀리가고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려 반갑기 그지없다.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화명생태공원은 겨울답지 않게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몇 년 전 겨울, 가족과 화명생태공원을 거닐 때 화명대교 공사를 하는 걸 봤는데 바지선이 얼음에 갇혀 있었던 기억도 난다.
겨울비를 바라보니 봄이 손에 잡힐 듯 지척에 와 있는 것 같다. 새봄과 함께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예전처럼 모든 사회활동이 순조로워지고 세상살이가 어려움에서 탈피하기를 바랄 뿐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본 사진 한 컷이 떠오른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서울역 앞에서 노숙자 한 사람이 돈을 구걸하자 지나가던 신사가 자신의 두툼한 외투와 장갑, 그리고 5만 원 짜리 지폐 한 장을 쥐어주는 모습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던 것이다. 이런 사람이 있어 우리 모두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따뜻하게 느껴졌던 그 장면과 아파트 앞 가로수의 마른 낙엽에 맺힌 물방울이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새봄을 기다리는 게 아닌가 싶다. 나도 보다는 희망으로 새로운 한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 이웃들도 활기찬 모습을 되찾고 넉넉한 마음으로 지내면 좋겠다 싶다.
느긋한 휴일의 오후, 전선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새들을 바라보며 겨울비가 봄비로 바뀔 날을 기대해본다. 김동욱 / 화명동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