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호

이동

코스모스의 교훈

  • 2024-09-25 16:38:51
  • 정영춘
  • 조회수 : 1704

코스모스의 교훈

코스모스의 교훈
낙동강 강변도로를 따라서 출퇴근을 하는 나는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반갑다.
길가에 길게 늘어선 코스모스는 가을의 길목에 들어선 것을 모든이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가을은 지난 여름의 폭염과 따가운 햇살이 만들어 낸 결정체인 것이다.
코스모스는 신이 최초로 만든 습작이라고 한다. 갸날프고 청순한 매력을 지녔지만 어디서나 우리를 반기듯 하늘거리는 자태로 피어있다. 내가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꽃이 너무나 서민적이고 평범하기 때문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의 기상을 받고 조용하고 단아하게 피어나는 저 코스모스처럼 나 역시 서민적이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
단정한 여인의 머리처럼 정돈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코스모스 같이 말이다.
어릴적 초등학교 선생님은 코스모스 무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칼과 창이 어지럽게 오고가는 어느 전쟁터. 죽어가는 병사들이 좌우에 수두룩했다.
가까운 친형제 하나 없는 한 청년은 이 전쟁에서 살아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살아서 돌아가도 가족도 없는데 여기서 죽는 다면 나의 자리는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청년이 예측한 대로 전쟁은 끝났지만 청년은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치열한 전투가 끝난 골짜기에도 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청년이 누운 자리에 많은 코스모스가 꽃을 피웠다. 참으로 아름다운 무덤이었다.
목숨바쳐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이 청년처럼 꽃으로 피어나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여름은 서서히 열기가 식어가고 가을의 길목에서 코스모스가 핀다.
이렇게 계절의 반이 지나가고 어김없이 길가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다.
코스모스를 보며 진실되고 충실하게 같은 자리에서 변하지 않는 맘으로 살고 싶다. 가늘고 연약한 코스모스는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진 않는다.
가을의 길목에서 코스모스를 만나게 되니 반갑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시우 / 만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