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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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달동네의 삶

  • 2022-03-03 11:32:56
  • 정영미
  • 조회수 : 962
빚이 쌓이는 남편을 대신하여 빚 갚기를 반복하다가 하늘 가까운 달동네 반지하가 있는 저렴한 빌라의 1층 좁은 집에 이사를 왔습니다. 이제껏 살았던 집 가운데 가장 좁은 집이다보니 자식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으며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삶의 화두였습니다.
변변히 앉을 자리가 없거니와, 나의 힘든 가정사와 빈곤이 들통 날까 부끄러워 손님을 초대하지 못했고, 행여 오고 싶다는 말이 나올까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절친이 극구 온다기에 주소를 알려주었는데 택시가 집을 못 찾아 헤매다가 수차례 전화연결을 반복한 후 우리 집에 내려준 기억이 있네요.
유복하지 못하고 애정이나 경제적으로 궁핍함 속에서 아들에게 과외든 생일파티든 해주적이 없습니다. 또한 아들이 고등학생 시기에도, 대학생인 지금도 한 방에서 잠을 자야만 합니다.
그리고 마을버스는 출퇴근시간이면 초만원에다 비탈길에 주차되어 있는 주차차량으로 인해 곡예운전을 하는 게 다반사이지요. 정화조 청소를 할 때는 정화조 청소차가 와서 긴 호수를 대고 수거를 하지요.
또한 1층이라 외부에서 실내가 훤하게 보여 창문을 조금만 열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많은 집기를 버리고 왔습니다만 그래도 좁은 집에 물건이 감당이 안 되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급등으로 다들 집 부자가 되었을 때도 이곳 달동네는 거래 절벽으로 집값이 더 내려갔네요.
그럼에도 이곳의 생활에도 장점은 있습니다. 산동네라서 공기가 좀 더 맑다는 것과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등산하는 기분으로 비탈길을 오르내릴 수 있지요. 아들에게 여유로운 생활공간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으니 아들은 부자로 살기를 기도하며 나 또한 더욱더 검소하고 부지런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쌈짓돈을 모아 여유롭게 살면서 주위에도 나누어야겠다는 꿈도 키우고 있습니다.
김미경 / 구포동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