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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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에게...

  • 2022-03-03 11:44:20
  • 정영미
  • 조회수 : 776
황경희 / ‘희망북구’ 편집위원·국어 논술강사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서툰 것이 인생 이란다
조금쯤 틀려도 괜찮아
조금씩 틀리는 것이 인생 이란다
어찌 우리가 모든 걸
미리 알고 세상에 왔겠니!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세상에 온 우리
아무런 연습도 없이 하루하루 사는 우리
경기하듯 연습을 하고
연습하듯 경기하란 말이 있단다.

-나태주 시 ‘괜찮아’ 중
 
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학교는 올해도 비대면 졸업식을 진행했다. 너희가 만나는 세상이 따뜻하고 푸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얼어붙은 청년 일자리에 바이러스 위기까지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시대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구나.
인생에는 중요한 전환점이 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 학생에서 사회인이 되는 것, 이 모든 게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 같지만 우리는 역할 변화에 따른 전환점을 거쳐야만 한다.
누군가의 아들·딸이었고 누군가의 친구에서 누군가의 선후배로, 어느 회사의 직장인으로 해야 할 역할이 늘어 난 것이다. 이제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 사회로 발을 내 딛는 청년들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을 어필해야하는 현대사회에서 화려한 프로필과 커리어를 쌓기 위해 온갖 시험에 파묻혀 지내고 갖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제자들은 얼어붙은 취업의 문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마음이 아프다.
대선 후보들은 ‘일자리 대전환 6대 공약’,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정책을 내놓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아닌 선심성 포퓰리즘 처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세금 쏟아 부은 공공 일자리는 3~6개월로 끝나고 취업 연계가 안 돼 오히려 청년 고통지수만 높아졌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한국전쟁, 경제건설, 민주화 운동 등 한국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겪으신 1932년생 나의 아버지는 요즘 청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하신다.
당신의 젊은 시절에는 열심히 일만 하면 안정된 직장,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5~10년 후 사회의 버팀목이 될 청년들이 일할 기회조차 찾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신다.
이제 무한 경쟁 속에서 불안과 빈곤을 감내하고 있는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치권과 어른 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이들아, 경제 사정은 한동안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들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된 직장, 안정된 생활에 대한 욕구가 거세지고 있는 요즘이다. 네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안전함에 대한 욕구는 더 커져 갈 것이다.
너 자신을 믿어라. 그러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부딪힐 수 있을 것이다.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다. 용기 내어 틀 밖의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렴.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