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이동

시각장애인 김씨의 신사년나기 2. 버스정류장에서

  • 2001-03-03 00:00:00
  • admin
  • 조회수 : 1849

전체 장애인의 약90%가
후천적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각장애인 김장민씨의 일상생활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는 장벽이 조금이라도 낮아지길 바란다.

2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번호를 친절히 안내해주는 사람들…외출에 대한 용기 갖게 해
내가 외출시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버스 번호를 보지 못하는 점이다.
버스를 타야하는 경우 할 수 없이 정류장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버스 번호를 봐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가로수를 사람으로 오인하여 버스 번호 안내를 정중히 부탁드린 웃지 못할 일도 간혹 있다.
여하튼 버스 안내를 부탁한 경우, ‘꼭 가르쳐 주겠노라'고 장담해놓고 자기 버스가 오면 말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바빠서 그랬을 수도 있고,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내가 기다리던 답변을 들을 수 있으려나…' 하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참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자기가 조금 늦더라도 내가 부탁한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친절히 가르쳐 주고 안내까지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을 수록 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이 줄어들어 외출에 대한 용기를 보다 쉽게 낼 수 있으리라!
버스정류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서 있지 않은 경우이다. 정차하는 버스마다 운전기사에게 가까이 다가가 번호를 일일이 물어야 하는데 위험하기도 하고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버스 이용에 있어 이렇게 큰 불편을 겪는 사람은 나 같은 시각장애인 이외에도 노선표를 읽지 못하는 문맹자나 어르신들 중에서도 많으리라 여겨진다. 실제로 버스정류장에서 번호나 노선을 묻는 분들을 종종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하여 이런 불편을 겪는 분들을 위하여 “버스 외부 안내 방송 시스템"이 갖추어졌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이 시스템은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할 때마다 버스번호와 노선이 외부 스피커를 통하여 출력되는 것인데 멀리 일본에서 예를 찾지 않더라도 전남 목포의 시내버스가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운행중이라고 한다.
부산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갖춘다면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아도, 정류장에 사람이 없더라도, 가로수에게 버스 번호를 묻는 일없이 마음 편히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