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이동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미용봉사자 문평화씨

  • 2001-03-28 00:00:00
  • admin
  • 조회수 : 1870
가족처럼 인연 맺고 살아요

“재활원에 갔을 때 내가 장애인이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그들은 정신건강이 너무 밝고 맑았다"는 문평화씨(백천미용실 원장)는 ‘내가 가진 미용 기술로 쉬는날 놀지 않고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86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재활원에서부터 영아원, 정신병원, 양로원 등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무료봉사활동을 해왔다. 95년 북구 덕천1동에 개인 미용실을 열면서 주위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소년소녀가장과 홀로사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이때부터 6년간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을 연결해 가족처럼 인연을 맺고 사는 문평화씨.
지금까지 인연을 맺은 학생이 15명이고 할머니가 8분이다. 서로 정성스럽게 하며 지내고 있다.
“몸이 아파 3일간 문을 닫았는데 우리 순주가 가는 길에 들렀던 모양이야. 퇴근길에 링겔과 주사 가져 왔더라고… 아프지 말아야지 했어요"
95년부터 인연을 맺어온 순주는 올해 23살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는 대신 아르바이트로 간호학원을 마치고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학생, 고등학생의 아이들이 이젠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어 여간 자랑스럽지 않은가 보다. 항상 편지쓰는 아이며, 크리스마스, 어버이날 마음을 전하는 아이며, 열심히 공부해 부산대 의대를 들어간 아이며, 자랑이 늘어진다.
아이들은 문씨를 ‘이모'라고 부른다. 그리고 문씨는 할머니들을 ‘엄마'라고 부른다. 매년 송년회를 통해 서로 얼굴을 보면서 처음 서먹서먹하던 관계가 이젠 서로 연락하는 그런 관계로 이어졌단다.
송년회 때는 다들 모여 맛있는 것도 먹고 덕천1동 주민자치위원장인 안기준씨가 챙겨주는 선물도 받고 그런다. 그런데 아이들이 뷔페를 가도 낚지볶음집을 가도 잘먹지를 않더란다. 뒤에 ‘안먹어 봐서 못먹었던 거'란 얘기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단다.
“뭐가 가장 맛있었냐고 물었더니 작년에 먹은 중국음식이 가장 맛있었대요. 가끔 먹어본 자장면 우동이 입에 맞았나봐요. 지난 연말에는 이젠 먹을 줄 안다고 낚지볶음집엘 가자고 하더라고요"
문씨에게 남은 걱정은 할머니와 함께 사는 화연이와 철호네다. 할머니가 3살부터 아이들을 키웠는데 화연이는 졸업하고 방통대를 들어갔지만 철호는 아직 중학교 3학년이다. 적어도 4년은 더 도움이 필요한데 화연이가 봉급생활자가 되어 정부지원이 없어져 학비랑 걱정이 많다. 문씨는 물질적으로 이들을 도와줄 사람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