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이동

너희는 지구가 멸망하길 바라니?

  • 2001-06-26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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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청주관 제29회 세계환경의날 글짓기 중등부 최우수

`헉… 너무 너무 답답하다.’
공기를 마시러 잠깐 물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또 내 친구 한 명이 하얀 배를 내밀고 죽어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젠 담담하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어 일어나는 것도 벌써 몇 년 전부터였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조상 대대로 이 낙동강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니 우리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까지도. 그 당시엔 다른 강에 사는 물고기들도 우리 낙동강이 맑고 깨끗하다며 견학오고, 이사오곤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보기도 역겹게 악취를 풍기며 더러워져버린 것이다.
하천 변 곳곳에 인근 주민들과 상인, 낚시꾼들이 갖다버린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이 수북히 쌓여 있고, 비닐들이 가득든 마대자루와 폐기물, 어구, 엔진오일 등이 투기돼 있다. 또 강 아래쪽에는 인근 주민이 몰래 태운 쓰레기 찌꺼기와 잿더미가 가득 쌓여 있고 특히 교각 밑에는 무속인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돼지머리가 썩어가고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상류서 떠내려온 플라스틱 병, 스치로폼에, 소파, 낚시꾼이 버린 소주병 등이 지금도 옆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고 자란 나는, 우리 할아버지가 얘기해주신 아름다웠고 깨끗했던 낙동강 모습을 믿을 수가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할아버지께서 어렸을 적 사셨던 그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강의 모습을, 지금 내 눈에 비쳐진 이런 끔찍한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자기 자신의 이익만 아는 인간들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니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사람들 손바닥만한 물고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물 위에는 10cm도 넘는 충이 하나 있다. 이것도 당연히 이기주의자 인간들의 집이라는 곳에서 나오는 각종 생활 하수였다. 샴푸, 가루비누들로 인한 거품들이 녹지 않고 그대로 물 위에 떠 있는 것이다. 이 층은 물과 산소의 순환을 막는 역할을 하므로 우리가 살고 있는 물 속의 산소의 양은 크게 줄게 되었고, 산소 부족으로 인하여 또 많은 나의 친구들… 우리 물고기들이 큰 때죽음을 당해야 했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되어 해초가 성장하여 우리의 산소를 빼앗아 가는 와중에……
인간 한 명이 샴푸로 머리를 감을 때, 내 친구 3명이 그 죽음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간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끊임없이 인간들은 그 하얀 거품들을 내뿜고 있다. 이제는 그렇게 많던 꼬마친구 플랑크톤도 어디로 갔는지 다 사라져 버렸다.
어느 날이었다. 산소가 부족하여 잠깐 고개를 내밀고 있을 때였다. 머리 위로 무엇인가가 휙 날아가더니 바로 옆 소주병 위에 앉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제비는 나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하소연을 하였다.
대기가 오염되어서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하겠다고… 그리고 3월만 되면 찾아오던 이 땅이 더 이상 보금자리가 아니라고… 이제 자기를 볼 수 없게 될거라고……
맞다. 요즘에는 그렇게 흔히 보이던 제비가 날아오지 않았다. 까만 몸에 날개엔 하얀 털. 정말 인간들에게 환영받고 예뻤던 제비였는데, 제비 역시 바뀌는 환경과 대기 오염으로 삶 자체가 고통이라니… 얘기를 들어보니 힘든 건 우리 물고기들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비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간들은 자동차라고 하는 움직이는 기계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그 이상한 기계 뒤에는 연기를 뿜어내는 출구가 있는데, 그 연기를 많이 마시면 죽는다고 하였다. 그것은 `매연’이라는 것인데, 하여튼 이것 역시도 인간이 만들어낸 짓이었다고 하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강변에 많이 살던 지렁이도 보이지 않았다. 농약과 비닐 등을 인간들이 땅에 마구 붇는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일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미나마따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 내가 어릴 적에 들은 것으로 기억된다. 이 병은, 일본의 규슈 미나마따라는 작은 어촘에서 발생한 원인 모를 괴병이다. 이것은 미나마따시에 있는 빙초산 공장의 아세트알데히드 제조과정에서 촉매로 사용되는 유기수은인 메칠 수은이 작은 어촘의 미나마따천을 통하여 미나마따만으로 유입되어 이곳에 서식하는 어패류에 축적되어 이를 잡아 먹은 주민의 몸에 알킬 수은이 축적되어 피해를 준 사건이었다. 이 미나마따병이라는 병에 걸리게 되면 갑자기 걸음이 이상해지고 손발이 마비되며 말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망원경을 거꾸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시야협착을 일으키는 그런 아주 무서운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니깐 이 미나마따병은 대표적인 공해병인 셈이다. 인간이 한 일은 그대로 인간이 돌려 받는다는 말,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일본은 철저하게 수질 보존에 힘을 썼었고, 그 때문에 지금의 일본 하천에는 다슬기가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하는 행동을 보아서는, 우리 나라도 이런 날이 머지 않아 올 것같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이렇게 일본처럼 한번 대게 혼 줄 나봐야 정신을 차릴지……
요즘,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생활은 날이 갈수록 풍요로워 진다. 하지만 우리 물고기, 아니 동·식물들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다. 새는 대기오염으로, 물고기는 수질오염으로, 지렁이는 토양오염으로…… 이렇게 계속 된다면 동·식물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동·식물이 없는 세상. 즉, 생태계가 파괴되면 인간도 살아갈 수 없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지구는 멸망하고 마는 것이다. 자연의 보존과 과학의 발전이 공존하는 세상이라야 인간들의 삶도 풍요롭고 윤택해진다는 사실을 인간들은 어서 빨리 깨우쳐야 할텐데……
한 치 앞만 내다보고 당장 눈앞의 이익만 챙길려고 하는 인간들이 있는 이상 지구의 멸망은 앞당겨 지는 것이다.
이제 내 친구들도 몇 명 남지 않았다. 나도 언제, 어디서 내 친구들처럼 그렇게 비참하게 떠 있을지 모른다. 내일이 될지, 오늘이 될지.
하지만 나는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자연 보호와 환경 보전의 정책으로 낙동강 살리기를 추진하는 인간들이 있는한, 우리의 삶의 터전 낙동강은 썩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께서 얘기 해주신 그 아름답고 깨끗한 옛날의 낙동강 모습을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 속에서 나와 내 친구들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지느러미를 활기차게 내치며 물살을 가르며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