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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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수필] 낯선 곳에서 나를 보다

  • 2022-07-26 17:42:46
  • 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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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이다. 그러나 이 시간이 되면 나는 자유로워진다. 지인들은 “올빼미냐?”라고 말하기도 하고 “밤에 잘 쉬어주어야 다음날 움직이기가 수월할 텐데…”하면서 걱정을 해주기도 한다.
어쨌거나 나는 밤이 좋다. 낮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처리하지 못했던 일을 차분하게 정리하거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 익숙한 시대이지만 나는 밤에 라디오를 가끔 듣는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니 때마침 좋아하는 올드팝 이 흘러나온다.
여고시절에 노래라고는 교과서에 실린 곡이나 할아버지께서 읊조리시는 것밖에 모르던 나에게 영어 선생님이 팝송을 외워서 불러야 점수를 준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던 곡이다. 그때 가사를 몰라 입속에서 흥얼거리고 있으니 오빠 친구가 여러 번 들어보라고 녹음테이프에 담아주었던 노래이기도 하다.
오늘처럼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뇌성이 치던 밤에 잠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던 사춘기 소녀로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의 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중년여성일 뿐이다. 이것도 내 또래들이 겪는 ‘오춘기’의 증상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나의 추억창고에는 그 때 그 시절의 편린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추억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는 처지다. 남편이 비몽사몽간에 내뱉는 한마디로 인해 금세 현실로 돌아오고야 만다.
“빨리 자야지. 건강이 좋은 상태도 아니면서 늦은 밤까지 뭐하는 건지….”
나를 걱정해주는 말이란 건 알지만 괜스레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고 만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주무셔요.”
그리고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래. 나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은 동화구연가로서의 삶이 있으니 또 다시 내일을 준비해야지.”
이렇게 되뇌이면서 잠을 청해본다.
김현주 / 희망북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