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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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가치있는 교육을 위한 전제

  • 2001-05-30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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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강기성 / 부산정보대학장

미국 공교육의 선도자였던 호레이스 만(Horace Mann)은 인류의 역사에서 창조된 모든 제도 가운데 가장 위대한 제도가 공교육제도라고 예찬한 바 있다. 공교육제도는 교육의 평등을 실현케 한 것으로 지구상 모든 나라들이 이 제도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교육제도는 안타깝게도 세계 어디서나 커다란 질병을 앓고 있다. 공교육제도는 그 교육의 기회를 모든 국민들에게 균등하게 제공해야 하므로 투입되는 인원, 시설, 예산의 규모, 원리나 방법도 매우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모든 교육대상의 다양한 능력과 관심과 취향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관료주의적 운영체제가 가지는 획일적 교육활동으로 인해 더욱 심화된다. 우리의 교육계에 나타나는 ‘입시지옥’ ‘교실붕괴’ ‘교권몰락’이니 하는 고질적 병과 충격적 실패는 여기서 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교육은 현재 대학진학을 위해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관심과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획일적 주입식 수업은 교실의 붕괴를 가져왔다. 실제로 학력수준도 다르고 관심도 다른 다수의 학생들을 한 교실에 놓고 교육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일이다. 그들의 관심과 희망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은 태부족이고 결국 공교육의 미명하에 하향 평준화된 수업이거나 소수의 상위학생을 위한 교육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그 시간을 그냥 비생산적인 상태로 보내게 되고 교사는 학생들과 전쟁상태이거나 방관상태가 되어버린다. 이쯤되다보니 학부모들에게 학교교육은 위안이 아니라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일류대학을 보내기 위해 평등성과 획일성을 강조하는 공교육보다는 경쟁을 키우는 과외 등 사교육에 치중하게 된다. 그러나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일반 학부모들은 과외비에 대한 부담으로 힘들어 하고 또 과외를 하지 못한 저속득층 자녀들은 교육에서 소외된 계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교육적 평등이라는 공교육의 이상이 사회적 기회적 평등을 이루는데 기여되지 못하고 불평등이 심화된 현실로 악순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해결책은 없는가? 그것은 우리의 인식과 사회적 통념이 먼저 바뀌어야만 가능한 일로 생각된다. 학생들의 능력과 희망에 맞는 다양하고도 자율적인 교육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고, 자녀들의 가치가 지위의 높낮음, 빈부격차에 따라 평가되지 않고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임무와 역할수행정도, 높은 인간성, 도덕성으로 인정받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맹목적인 출세지향의 수직적 가치보다는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덕목인 도덕성과 성실성 등과 같은 수평적 가치가 존중받는 전인적 사회풍토를 만드는 일이 더욱 급한 것이다.

최종수정일2020-11-20